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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농구 동호인서 이젠 프로선수…“비선출 꼬리표, 떼어버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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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로농구 고양 소노에 입단한 포워드 정성조는 엘리트 선수 이력 없이 3대3 길거리 농구 등 아마추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 프로 도전 기회를 잡은 이색 선수다. [사진 고양 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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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까지 동호회에서 뛰던 제가 TV에서 보던 프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지난 3일 프로농구(KBL)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만난 화제의 신인 정성조(24·고양 소노)는 프로 입단 3주 차에 접어든 소감을 밝히며 웃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열린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순위로 소노에 지명됐다. KBL 역사상 최초로 ‘비선출(비선수 출신)’이 프로팀에 입단하는 순간이었다. 정성조는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내가 진짜 프로 선수가 된 게 맞나 거듭 확인한다. 무엇보다 ‘최초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 돼 꿈만 같다”고 했다.

신장 1m91㎝의 포워드 정성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고향인 경기도 안양의 한 유소년 클럽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엘리트 선수 경력은 없다. 홍대부중 2학년 때 농구부에 들어갔으나 발목 부상으로 3개월 만에 관뒀다. 정성조는 “농구를 시작하자마자 발목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부주상골(복숭아뼈 아래쪽 뼈)을 제거해야 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회복까지 1년이 걸리는 큰 수술이어서 엘리트 선수의 꿈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농구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다. 3대3 길거리 농구와 5대5 농구는 출전하는 아마추어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었다. 공부도 곧잘 해서 수능시험을 거쳐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진학했다. 정성조는 “틈만 나면 코트로 달려갔지만, 학업을 소홀히 하진 않았다”면서 “고등학생 때 전교 4등까지 해본 적 있다”고 자랑했다. 대학 입학 후엔 농구에 집중했다. 동호회 팀에 들어가 전국을 누볐다. 아마추어 농구계에선 ‘정성조’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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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정성조는 “친구들은 나를 ‘농친놈(농구에 미친 사람)’이라 부른다. 학교 강의도 빠지고 코트로 달려갔다. 농구를 밥 먹듯 하니 실력도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프로 세계까지 알린 건 지난달 8일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주관한 3대3 농구대회다. 동호회 팀 소속으로 출전한 정성조는 4강에서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하며 엘리트 선수들로 꾸려진 고려대를 무너뜨렸다. 이어 열린 결승전에서도 종료 10초 전 결승 골을 터뜨리며 연세대까지 물리치고 우승했다.

결국 일주일 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성조는 소노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농구만 하던 그가 프로 드래프트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선 “현재 대학 4학년인데 ‘졸업하면 뭐 해 먹고 살지’라는 고민이 컸다. 농구를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얘기도 듣는데, 한 번은 프로에 도전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프로가 되지 못하면 미련 없이 스포츠마케팅 공부를 더 할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정성조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아마추어 농구 최정상급 선수인 그는 ‘슈팅은 프로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수비, 체력 그리고 전술 이해도 면에선 걸음마 단계다. 정성조는 “프로는 템포 자체가 다르다. 프로 선배들은 레벨 자체가 다른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품어온 로망은 접어두고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들을 습득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는 게 그의 목표다. 정성조는 “‘비선출’이라는 한계를 한 번 뛰어넘긴 했지만 계속 내게 꼬리표로 붙어 다닐 것”이라면서 “이것마저 극복해야 진짜 농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로서 미션에 대해 “데뷔전을 치르는 게 먼저다. 그 다음은 3점슛을 넣는 것”이라 언급한 그는 “언젠간 KBL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만 않는다면 넘지 못할 것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고양=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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