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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31세에 품어본 첫 트로피, ‘대기만성’ 수식어 붙어 감사… 날 보며 ‘희망’ 버리지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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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입성 7년 만에 3승… 올 시즌 다승왕 ‘오뚝이 골퍼’ 배소현

“하루를 1년같이 연습 몰두했는데, ‘간절함이 되레 방해’ 생각까지

매일 모자에 운동복 입다가 시상식 드레스 고르려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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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 시상식에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배소현.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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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모자 쓰고 운동복 입다가 드레스를 고르려니 부담도 됐죠. 하지만 한 해를 잘 보냈다는 뜻인 만큼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배소현(31)은 올해 8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 시상식에 참가했다. 드림(2부)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2016년 이후 한동안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했던 배소현은 지난달 27일 열린 시상식에서 세 차례 단상 위에 올랐다.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선수에게 주는 ‘위너스 클럽’상에 다승왕(3승) 트로피도 공동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결과 기량발전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배소현은 “꾸준한 선수가 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해 온 것이 쌓여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1부 투어에 늦깎이로 데뷔한 배소현은 7년 만인 올해 E1 채리티 오픈에서 투어 154개 대회 만에 첫 승을 수확했다. 그리고 8월 더헤븐 마스터즈에 이어 2개 대회 만인 9월 KG레이디스 오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배소현은 “내 마음대로 골프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첫걸음을 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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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공동 다승왕(3승) 배소현이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7번 아이언을 어깨에 둘러멘 채 미소 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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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은 투어를 대표하는 ‘대기만성’의 아이콘이다. 중학교 3학년 때 골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배소현은 스물네 살에야 1부 투어에 입성했다. 그러나 2년 만에 투어 시드를 잃고 다시 2부 투어로 내려갔다. 남몰래 흘린 눈물도 많았다. 골프 스승이자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배원용 씨)가 2019년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1부 투어에 복귀한 2020년에는 갑작스러운 허리 디스크로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생하기도 했다. 배소현은 “하루를 1년같이 살았을 정도로 골프에만 몰두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어 ‘간절함이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란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만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감사한 일이다. 오랜 시간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내가 희망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30대의 나이에도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5위(252야드·약 230m)를 차지할 정도로 장타자인 배소현은 지난해부터 선수 시절 ‘퍼팅 달인’으로 불린 이승현 퍼팅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한 이승하 캐디와도 좋은 호흡을 뽐내고 있다. 배소현은 “경기를 하며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인데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캐디 오빠 덕에 위기를 잘 헤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배소현은 내년에는 해외 무대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세계 랭킹 168위로 올해를 시작한 배소현은 3승을 챙기면서 현재 7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세계 75위까지 출전권이 돌아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출전 등을 고민하고 있다. 배소현은 “해외 대회를 한두 개만 뛰어도 눈에 띄게 실력이 좋아지는 선수들이 많더라. 나도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회가 되는 대로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스스로에게는 90점을 줬다. 배소현은 “시즌 중반에는 아쉬운 부분만 생각나 점수가 더 낮았다”며 웃고는 “세 번이나 우승한 건 칭찬할 만하지만 경기 기복이나 체력 관리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했다. 새 시즌 목표로는 국내 메이저대회 우승과 세계 랭킹 50위 진입을 꼽았다.

무엇보다 큰 꿈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의 팬이라는 배소현은 “조코비치처럼 30대의 나이에도 오랜 시간 경쟁력 있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내년 1월 이시우 스윙코치가 이끄는 베트남 호찌민 전지훈련을 통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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