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박찬호·하트·구자욱·레이예스·로하스도 수상 영예...
박동원, 김선빈, 박성한, 원태인, 데이비슨 등은 아쉽게 수상 불발
이날 시상식서 가장 눈길을 끈 건 LG 오스틴이었다. 오스틴은 수상 여부가 명확치 않음에도 시상식 참석 차 미국에서 지난 12일 한국에 입국해 이날 시상식을 찾아 야구 팬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외국인 선수가 비시즌인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한 건 이례적이기 때문.
오스틴이 이날 시상식에 온 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스틴은 시상식 전 “올해 초 팬들에게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꼭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왔다”며 “아내와 딸이 흔쾌히 시상식에 참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헛걸음이 아니었다. 올 시즌 리그 타점왕인 오스틴은 288표 중 193표(67%)를 받아 올 시즌 홈런왕인 NC 데이비슨(83표·28.8%)을 제치고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 안았다. 오스틴은 시상 소감으로 “KBO 리그의 일원인 것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불혹의 나이에도 호쾌한 장타와 특유의 클러치 능력으로 KIA의 올 시즌 통합우승에 기여한 베테랑 최형우는 지명 타자 부문에서 288표 중 137표(47.6%)를 얻어 91표(31.6%)를 얻은 KT 강백호를 제치고 개인 통산 일곱번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앞서 2022시즌 지명타자 부문에서 40세5개월에 골든글러브를 탄 이대호를 넘어 40세11개월로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시상 전 “골든글러브 최고령 수상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기록만큼은 꼭 깨고 싶다”고 한 최형우는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다시 이 자리에서 설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우리나라가 많이 힘들지만 야구 팬들이 야구를 볼 때만큼은 행복하시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루수 부문에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키움 김혜성(175표·60.8%)이 한국시리즈 MVP KIA 김선빈(77표·26.7%)을 제치고 4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격수 부문은 KIA 박찬호가 154표(53.5%)를 얻어 118표(41%)를 받은 SSG 박성한을 제치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선수라 오래 걸렸다”며 “많은 노력을 하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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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KIA 김도영은 예상대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 생애 첫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수상이 확실시 되던 김도영은 이날 만장일치 수상에 도전했지만 288표 중 280표(97.2%)를 받아 단 8표가 부족했다. KIA를 상징하는 붉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김도영은 “프로 입단할 때 3루수에 대단한 선배들이 너무 많으셔서 골든글러브 수상은 상상도 못했는데,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며 “이번 수상을 마지막으로 들뜬 마음은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 올해 받은 트로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후 LG 트윈스 박동원에게 축하받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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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의 후보가 경쟁한 외야수 부문에서는 올 시즌 삼성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구자욱(득표율 90.3%)이 통산 세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나머지 두 자리는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롯데 레이예스(55.9%), 한국으로 복귀해 KT의 선전을 이끈 로하스(53.1%)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26명의 후보가 경쟁한 투수 부문에서는 NC의 외인 선발 카일 하트 119표(41.3%)를 얻어 다승왕인 삼성 원태인(81표·28.1%), KIA 외인 선발 네일(63표·21.9%)을 제치고 황금 장갑을 차지했다. 지난 2011시즌 이후 삼성 강민호와 두산 양의지가 양분해온 포수 부문은 LG 박동원이 사상 첫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했지만 191표(66.3%)를 받은 강민호가 89표(30.9%)를 받은 박동원을 제치고 개인 통산 일곱번째 황금글러브를 품었다. 강민호가 수상 소감으로 “상을 탈 줄 몰랐다”고 하자 객석에선 “에이~”하는 장난스런 아유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강민호는“수상 못할 줄 알고 가족들이 같이 안왔다”며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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