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자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 부정투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월 14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 선수단이 단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뜨거운 만큼 냉정함도 필요하다.’
남자프로농구의 올스타 팬 투표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또 한 번 부정투표 의혹이 고개를 들면서 옥에 티를 남겼다. 팬들의 자정(自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올해 올스타 팬 투표는 총 158만7999표로 집계됐다. 애초 169만1809표가 나왔으나, 이중 10만3810표를 무효 처리했다. 이들 무효표 중에서는 부정 투표도 포함됐다. KBL은 지난 시즌에도 이 같은 부정 투표를 확인해 총 투표수 36만3295표 가운데 2만4089표를 무효로 한 바 있다.
KBL 관계자는 “투표 시간대, 계정 간 비밀번호 등에서의 동일 패턴을 대조,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부정 투표로 의심되는 계정에 대해서는 본인 확인 및 소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투표였음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무효표로 처리했다.
올스타전은 팬들이 직접 선수들을 뽑는 행사로, 팬들과 선수들이 교감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그러나 어긋난 팬심으로 특정 선수의 득표 수를 늘리기 위해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은 되짚어 봐야 한다.
KBL은 홈페이지 회원가입자를 대상으로 올스타 팬 투표를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미성년자 계정을 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휴대전화가 없는 14세 미만의 팬은 회원 가입시 부모 연락처로 인증만 마치면 복수의 계정을 생성할 수 있었다. KBL 측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14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사전 인증 제도를 추가하는 등 규정 보완에 나섰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지한 부정투표 관련 내용. 사진=KBL SN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자 올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텔레그램을 통해 KBL 홈페이지 아이디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L 역시 이를 감지하고 지난 12일 “부정투표 관련으로 팬 여러분들의 문의사항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올스타 팬 투표의 취지를 살리고 건전한 투표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연맹 관계자는 “팬들의 제보도 있었고, 그 이전부터 실시간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다만, 연맹 차원에서 아이디를 실제로 주고 팔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 실체를 떠나 확실한 건 부정 투표로 의심되는 사안은 내부 시스템을 거쳐 철저하게 체크했다”고 설명했다.
부정투표는 ‘축제의 장’인 올스타전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든다. 연맹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팬들의 성숙한 태도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프로야구단과 프로배구단서 마케팅팀장을 지낸 김경민 컨설턴트는 “팬들의 뜨거운 열기는 프로스포츠에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슈인 듯싶다”면서 “비단 프로농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올스타전의 경우 투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게 참 어렵다. 팬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선수가 더 높은 곳에 있기를 바라지 않겠나. 그런 에너지가 음지로 빠져나갈 때 이런 케이스가 생긴다. 단순 제재만으로 그칠 게 아니다. 스포츠 업계는 어떻게 하면 이들의 열정을 볕이 드는 곳으로 끌고 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