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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8연패 끝 감독데뷔 첫 승…“선수들 알 깨고 나온 후련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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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소노 신임 감독 인터뷰

동아일보

18일 안방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김태술 소노 감독(가운데).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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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했지만, 1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감독 데뷔 후 8연패 끝 마침내 첫 승을 따낸 김태술 소노 신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소노는 18일 안방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KT에 75-58 완승을 거뒀다. 구단 창단 최다연패인 11연패도 끊어냈다. 전임 김승기 감독이 선수 폭행 사태로 물러난 뒤 지난달 28일 DB전부터 팀을 맡은 김 신임 감독은 내리 8연패를 당하며 역대 프로농구 감독 중 데뷔 후 최다연패를 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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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소노 신임 감독. 소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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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어제는 준비했던 수비도 끝까지 잘 됐고 공격도 초반부터 (이)정현이가 시원하게 잘 풀어줬다. 빠르고 활기찬 분위기가 잘 이어졌다”며 “연패가 길었다 보니 선수들이 (이번 승리로) 다들 알을 깨고 나온, 후련해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연패 기간 “그동안 감독님들이 왜 잠을 못 잔다고 하셨는지 알겠다”고 했던 그는 기다리던 첫 승을 거둔 뒤에도 두 발을 뻗고 자진 못했다. 김 감독은 “(첫 승 후) 오히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또 잠이 안 오더라. 이러나저러나 잠은 잘 못 자는 직업 같다”고 했다.

감독 데뷔 8연패, 팀 11연패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소노는 당장 25일 경기부터는 시즌 초 함께했던 앨런 윌리엄스 대신 알파 카바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카바 역시 현재로서는 1달 단기 계약이라 김 감독은 이후 외국인 선수 구성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김 감독은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게 나오다 보니 늦어도 6, 7시면 눈이 떠지더라. 원래는 일어나본 적이 없던 시간”이라며 웃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주전 이정현의 부상 속 연패가 이어지며 김 감독은 쉽지 않은 시작을 했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이 되지 않나. 잘되는데 감독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려운 게 당연한데 그걸 부정하면 안 된다. 어차피 나중에는 다 잊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해낼 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무슨 말이든 변명 같아 팬들에게 말을 전하기가 조심스러웠지만 그 진심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임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을 몰아붙여 성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강성 지도자였다. 반대로 김태술 신임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코트 안에서 후배들을 두루 보듬었던 정반대의 이미지다. 소노가 그에게 사태 수습을 맡긴 것 역시 이런 소통 능력을 눈여겨봤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어떤 훈련을 하든 선수들이 ‘왜?’라고 질문할 때 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선수라면 농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고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감독의 아바타처럼 뛰는 게 아니라 최대한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고 왜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지도자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집어 들었던 책 역시 ‘설득의 심리학’이었다. 김 감독은 “기술도 중요한데 결국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채워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직을 맡고 사흘 만에 실전에 나선 김 감독은 여전히 준비할 시간 없이 매 경기 실전에서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급하게 해도 안 된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뭐든 좌절도 하고 우울도 했다가 잘 되면 희망에 차고, 이런 사이클이 지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당장 제 손이 닿는다고 선수들이 순식간에 달라질 순 없다. 지금은 일단 실전이니 무조건 ‘장점만 쓴다’ 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저는 빠르고 정확한 농구를 추구하는데 지금 우리 팀 선수들은 다들 공격에 더 특화된 선수들이 많다. 나보다 좋은 찬스를 보는 시야, 패스를 통해서 경기를 푸는 능력도 필요하다”며 “물론 얼마 전까지 마이크 들고 해설하다 온 사람인데 당장 선수들이 저에게 신뢰를 갖도록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리인 것 같다. 그 또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만큼 제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게 맞다 ”고 했다.

그는 “그래도 이전보다 ‘패스를 잘 주네’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정리된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스페이싱이 넓은 농구를 하다 보면 상대 수비의 활동 반경도 넓어져 패스할 공간도 많이 생기게 된다”며 “최근 선수들에게 ‘너희 농구하는 거 보니 내가 자신이 생긴다’고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언제 감독이 되더라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나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조건 하다 보면 잘할 거다. 어차피 잘 될 테니 초반에 많이 두들겨 맞아도 결국 ‘한 번은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연패 기간 비난도 많고 많은 분들이 우려도 하시지만 결국 나중에는 예쁜 말들로 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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