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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M픽 리뷰] '하얼빈', 끝내 극복 못한 '영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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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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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선보이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장엄하고 숭고하긴 한데, 치명적 약점은 극복하지 못한 영화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이 연출했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같은 내용을 다룬 뮤지컬 '영웅'과 동명 영화가 크게 흥행했던 탓에 익숙함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안타깝지만 이 점에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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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현빈),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이창섭(이동욱),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등 독립투사들 사이 믿음과 의심, 이해, 신념 등을 다루고자 했다. 그러나 비중이 분산되다 보니, 오히려 주인공인 안중근의 영향력과 매력은 줄어들었다.

불안과 고뇌, 죄책감, 부담감 등을 그려내며 인간적 면모를 담아내고자 했지만 묘사가 답답하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었다면 주인공이 '고구마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을 것.

대신 이창섭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안중근과는 동지이자 라이벌. 같은 목표를 지녔지만, 방법론에서는 갈등을 빚는 인물이다. 그의 존재 덕분에 적절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나름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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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톤은 어둡고 차분하다. 우민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숭고하게 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의도대로 독립을 향한 의지, 먼저 떠난 동지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숭고하고 묵직하게 담겼다.

그러나 극적 재미는 다소 아쉽다. 하이라이트가 되는 암살 작전까지 가는 길이 먼데 치밀함은 부족하다. 과정이 유기적으로 얽히기보다는 파편적으로 이어 붙은 느낌. 자연스레 하이라이트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나 감동 또한 부실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독립투사들에 대한 감사함이 일지만, 극적 여운은 크게 남지 않는 편. 특히나 웅장한 음악으로 채워졌던 '영웅'을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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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하얼빈'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찾자면 장엄한 비주얼이다. 특히 얼어붙은 홉스골 호수 위 안중근을 보여주는 첫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외에도 몽골, 라트비아 등에서 촬영된 영상미가 눈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름값을 충분히 해낸다. 안중근 역 현빈은 답답한 캐릭터임에도 관객을 휘어잡는 눈빛 연기가 강렬하다. 결연한 의지, 고독, 불안,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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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덕순 역 박정민, 김상현 역 조우진의 한껏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 이창섭 역 이동욱, 모리 다쓰오 역 박훈의 카리스마 대결도 볼만하다. 좋거나 싫거나, 특별출연한 정우성의 깜짝 등장도 눈여겨보시길.

독립투사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대한민국이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기에 '하얼빈'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시기다. 재미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진 의미에는 이견이 없을 것.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건네준다.

한편 '하얼빈'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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