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 사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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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관객과 보수 단체 간 물리적 충돌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두고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승환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다"며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3일 오전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헤븐' 구미 공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이승환 씨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것이 아니다"라며 "이승환 씨의 나이가 60세인데 전국 공연이 있으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 분열에 조금 더 생각봐야 한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구미시문화예술회관은 이번 공연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지난 10일 기획사 측에 보내고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뒷조사를 받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앞으로 편한 세상이 될 것 같다"고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 구미시 측의 설명이다.
김 시장은 "구미시의 시민안전에 대한 협조요청에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한 언급을 해 시민들과 관객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일 우선은 시민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소식에 누리꾼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날 구미시청 자유게시판에는 "25일 공연을 위해 휴가까지 챙겼고, 교통비에 숙박까지 끊었는데 어떻게 보상하실 거냐. 그냥 티켓값만 돌려주면 끝이라고 생각하셨나. 이게 정치적인 이유라는 걸 사람들이 알기에 더 화가 난다", "구미시장님은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예매하고 기대했을 구미시민들을 비롯한 모든 관객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콘서트 취소는 정치 성향을 떠나서 잘못된 판단이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이승환 콘서트 취소를 환영한다", "구미시의 취소 결정을 존중한다", "구미시의 올바른 결정" 등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의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의 구미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구미시 측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이승환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승환은 23일 자신의 SNS에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약서 내용을 공개했는데, 해당 내용에는 '1.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외에도 '2. 기획사 하늘이엔티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이승환은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며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 회관은 20일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 22일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였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22일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승환은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다"며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냐.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됐다"며 "공연 취소로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됐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승환이 콘서트 대관 취소를 결정한 구미시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이승환이 설명한 대로 공공기관이 가수에게 사전에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하고, 이를 가수가 거부하자 불이익이 발생한 해당 사건에 누리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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