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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 홍유순 “체력 하나는 자신, 오히려 휴식기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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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한은행 홍유순은 여자프로농구 신인 최초로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2024~2025시즌 신인왕을 예약했다 . 용인=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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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의 최고 히트상품 홍유순(19)은 농구 팬들에게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같은 존재다. 홍유순은 이번 시즌 데뷔해 16일 우리은행전까지 선발 출장한 경기가 6경기뿐이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최근 4경기에서 연속해 두 자릿수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하는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국보센터’라 불린 박지수(26·갈라타사라이)가 2016~2017시즌 세웠던 신인 최다 연속 더블더블 기록(3경기)도 갈아치웠다. WKBL이 단일리그로 치른 2007시즌 이래 신인이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한 건 홍유순이 최초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홍유순은 팬들 앞에서 농구를 해본 적이 없던 선수다. 재일교포인 홍유순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다만 한국 국적으로 재일 조선학교에 다니며 농구를 처음 배웠다. 이후 오사카산업대에서 대학리그 선수로 뛰었지만 프로 경험은 없었다. 홍유순이 뛰던 코트 관중석에는 늘 부모님, 친구의 부모님 등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신한은행이 한국 국적인 홍유순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면서 그의 ‘코리안드림’이 시작됐다. 8월 2024~2025시즌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올스타 휴식기인 23일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훈련장에서 만난 홍유순은 “초반에는 한국에서 농구하는 것 자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요즘에는 경기도 많이 뛰고 주목도 받으면서 ‘ 내가 한국 WKBL 선수구나’를 좀 실감하고 있다. 올스타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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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한 홍유순은 올스타 휴식 이후 연속 더블더블 기록 이어가기에 도전한다. 용인=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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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이달 1일까지 2승9패로 최하위까지 쳐졌지만 홍유순이 연속 더블더블로 활약한 최근 4경기에서는 3승1패를 거두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휴식기 이전까지 매 경기 밥 먹듯 ‘더블더블’한 홍유순이 이 기록을 몇 경기까지 늘려갈 수 있을지는 이제 리그 전체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홍유순은 연속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보다 당장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홍유순은 “최근 출전 시간이 늘면서 경기 감각이 올라왔는데 올스타 휴식기 때 쉬면서 감각이 떨어질까 봐요”라고 했다.

홍유순은 최근 5경기는 모두 35분 이상 뛰었다. 특히 9일 BNK전 때는 데뷔 후 처음으로 1초도 쉬지 않고 40분을 모두 뛰었다. 데뷔 초 9경기 동안은 평균 13분 남짓 뛰었던 선수에게는 벅찰 수도 있을 터. 하지만 홍유순은 “일본에서는 선발 출장하면 웬만하면 교체 없이 40분 내내 뛰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쭉 그랬다. 체력은 자신 있다. 힘들진 않다”며 “앞으로도 40분 뛸 자신이 있다”고 했다.

드래프트 때부터 “신인왕과 국가대표가 목표”라고 당차게 밝혔던 홍유순은 신인왕은 사실상 확정한 분위기다. 홍유순은 “처음 왔을 때는 같은 포지션에 언니들이 많아서 조금은 (언니들에게) 기댄 부분이 있었다. 또 몸싸움도 강했고 (일본에서 뛰던 대학리그보다) 높이도 있어서 내가 가진 걸 제대로 다 못 보여줬다. 그런데 언니들이 부상으로 경기를 못 뛰면서 내 출전 시간이 늘었다. 팀이 승리도 적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서 제 기록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갑툭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홍유순은 중학생이었던 2017년 WKBL 신인드래프트장을 찾은 적이 있다. 홍유순은 “당시 일본에서 농구 에이전시를 하시던 재일교포분이 데려와 주셨다. ‘WKBL에도 재일교포 선수가 있다.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다’고 하셔서 WKBL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홍유순이 당시 드래프트장 먼발치에서 보고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던 재일교포 선수는 지금 소속팀 신한은행에서 일본 선수 통역을 맡고 있는 황미우 매니저(33)다. 황 매니저는 2017~2018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생명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WKBL에 진출한 첫 재일교포 선수가 됐다.

황 매니저는 현재 팀의 일본인 선수 타니무라 리카의 통역을 전담한다. 기본적인 한국어는 할 줄 아는 홍유순은 평소 통역 없이 훈련을 소화하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늘 황 매니저에게 도움을 청한다. 홍유순은 “당시만 해도 내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그때 본 언니와 이렇게 한 팀에서 다시 만난 게 정말 기적 같다”고 했다.

홍유순은 또 다른 목표 중 하나인 ‘한국 국가대표’도 지난해 살짝 체험해 봤다. 지난해 일본에서 재일교포 선수들과 3 대 3 팀으로 트리플잼 대회를 준비했는데 국제농구연맹(FIBA) 3 대 3 아시안컵 출전을 준비하던 한국 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진천 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했기 때문이다. 홍유순은 “선수촌 웨이트장이 정말 커서 놀랐다. 2주 정도 지냈는데 밥도 너무 맛있고 너무 좋았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있을 줄 몰랐다. 다시 한국 농구 국가대표로 진천에 가게 되면 감회가 정말 새로울 것 같다”고 했다.

WKBL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새해부터 리그를 재개한다. 홍유순은 “휴식기 이후에도 잘하던 걸 그대로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더블더블 연속 기록을 늘려가겠다는 얘기다.

인터뷰를 하던 이날에는 12일 뇌종양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이 수술 후 처음 훈련장을 찾았다. 수술 이후 홍유순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봤던 구 감독은 “정말 히트상품 아니냐(웃음). 저희가 1순위 추첨권을 얻고 재일교포 선수 후보군을 놓고 볼 때부터 유순이는 독보적이었다. 정말 빠르고 특히 체력이 타고났다”며 “아이돌로 비유하자면 ‘확신의 센터상’이다. 코치진의 이번 시즌 프로젝트가 ‘유순이 신인왕’이었다. 제 수술도 잘 된 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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