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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롯데는 참 묘한 팀…뛰어봐야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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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총액 54억원에 FA 계약, 롯데에 잔류…거인의 ‘낭만 마무리’ 김원중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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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인연 없던 광주 토박이
2020년 마무리로 성공적 변신

자이언츠는 나와 애증의 관계
팬들 남아줘서 고맙다고 인사
초심 찾으려 머리카락도 잘라
내년엔 꼭 최고 자리 올라야죠

롯데 김원중(31·사진)은 최근 식당에서 지갑을 꺼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김원중은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 식당에 있던 세 팀이 서로 ‘내가 계산하겠다’고 싸우시더라”며 “하루는 치킨을 포장해 가려고 방문했는데 돈을 안 받겠다고 하셔서 편의점 가서 이것저것 음료를 사서 가져다드렸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길에서 만나는 팬들로부터는 “남아줘서 고맙다. 앞으로 더 잘해서 야구를 오래 해달라”는 인사를 계속 듣는다.

2024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원중은 4년 총액 54억원 계약으로 롯데에 잔류했다. 당시 김원중은 “돈을 더 받고 떠나기보다는 구단에 남았을 때 로열티, 정체성, 상징성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롯데를 향한 ‘일편단심’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롯데를 향한 이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강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한 김원중은 광주 토박이였다. 부산과 특별한 인연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롯데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2010년대 초반 롯데 야구를 봤던 그는 “롯데 야구가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팬들도 많았고 다른 지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고 했다.

동경은 있었지만 지명될 줄은 몰랐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간 김원중은 고3 때 성적이 좋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롯데가 1라운드 5순위로 김원중을 지명했다.

부산 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원중은 “광주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시키면 국도 주고, 한정식처럼 한상 차림을 내준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고기를 시켜서 밥도 먹는데 국을 안 주는 것이다. 그래서 당황했다”며 웃었다.

하필이면 롯데 선수들 중에서도 부산 사투리가 심한 이명우와 룸메이트를 했다. 김원중은 “새 선글라스를 끼고 선수단 버스를 탔는데 이명우 선배가 ‘원중아, 내놨나?’라고 하기에 버스 선반 위를 봤다. ‘내릴 거 없는데요’라고 했더니 ‘아니, 하나 샀냐고’라고 하시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1군에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입단 후 잦은 부상으로 퓨처스리그에만 머물던 김원중은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5년에야 1군에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1군 풀타임을 처음 뛴 것은 2017년. 선발로 24경기에 나서 7승8패 평균자책 5.70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본격적인 1군 커리어를 시작했다.

3년간 선발로 뛰었으나 역시 더 올라서지 못하던 김원중에게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왔다. 마무리로의 전환을 권유받았다. 당시 김원중도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고 있었다. 그는 “도태돼 있으면 안 되지 않나. 내 강점을 만들어 무조건 업그레이드해야 된다는 생각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2020년 마무리가 된 김원중은 25세이브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는 구단 최초 개인 통산 100세이브 고지를 밟았고 올해까지 132세이브로 리그 대표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FA 계약 뒤 돌이켜보니 입단할 때부터 그려왔던 목표에 가까워져 있었다. 김원중은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구단명 뒤 내 이름이 들어갔을 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이다. 김원중은 롯데와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팬들이 잘할 때는 응원해주고 못할 때는 욕도 하지만 타 팀에선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다른 팀들도 인기가 많지만 롯데는 뭔가 다른 느낌”이라며 “뛰어봐야 안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FA 계약과 함께 초심을 찾기 위해 길었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른 김원중은 다음 시즌에는 정말 팀이 높은 곳에 있기를 바란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그 누구에게 물어도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라고 한다. 팀 전력이 강해지고 있다. 다음 시즌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일찌감치 내년 준비에 들어간 김원중은 책임감이 더 커진다. 그는 “내가 잘해야 많이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팀이 많이 이기는 데만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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