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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反이기흥 단일화는 갔지만 '아테네·리우의 기적'은 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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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가운데)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커피 전문점에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왼쪽), 배드민턴 스타 플레이어 유연성 등 지지자들과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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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젊은 세대의 기수로 꼽히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1982년생으로 6명 후보 중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회장(39)에 이어 2번째로 젊다. 이미 70대이거나 내년이면 도달하는 유력 후보들의 아들 뻘이다.

그런 만큼 유 전 회장의 강점은 패기다. 3선이 유력한 이기흥 현 체육회장에 맞서기 위한 필승 전략인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과감히 지운 채 또 한번의 기적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유 전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국제올림픽위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의 미러클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순으로 이기흥 현 회장(69),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63), 유 전 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겸 BYN블랙야크그룹 회장(75),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69) 등 6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등록하지 않았다.

다자 구도일 경우 이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체육계의 여론이다. 이 회장은 앞서 2번의 선거에서 상대 후보들의 단일화 무산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2016년 유효 투표수 892표 중 약 33%인 294표로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213표),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전병관 당시 경희대 교수(189표), 여자 탁구 '사라예보의 기적'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171표) 등을 제쳤다. 4년 뒤에는 46.4%의 득표율로 25.7%의 강신욱 교수, 이종걸 후보(21.43%), 유준상 후보(6.53%) 등을 눌렀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과감히 포기했다. 지난 17일 유 전 회장은 강 교수, 박 전 회장, 안 전 시장과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에 참석했다. 그러나 24일 2차 회동에는 불참했다. 유 전 회장은 "단일화는 제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 전 회장은 "강 회장, 강 교수와 체육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지만 단일화 방식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 여론 조사였다고 제안했지만 다른 후보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또 '젊으니까 너는 다음이 있잖아, 젊으니까 너는 안 될 거야' 이런 의견이 있었는데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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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흥 후보, 김용주 후보, 유승민 후보, 강태선 후보, 오주영 후보, 강신욱 후보. 연합뉴스 및 후보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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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단일화를 배제하고 힘겨운 독자 노선을 택했다. 유 전 회장은 그러나 이미 승산이 없는 싸움을 이겨온 경험을 토대로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유 전 회장은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 때 많은 분들이 왕하오(중국)한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예상을 뒤엎고 왕하오를 세트 스코어 4 대 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 대회 유남규 현 한국거래소 감독 이후 한국 탁구 역사상 2번째 단식 금메달이었다. 유 전 회장은 "이기흥 회장이 왕하오보다 강하진 않은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다. 유 전 회장은 "2016년 IOC 선수 위원 도전할 때도 누구도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당시 선수촌에서 발로 뛰며 다른 국가 선수들에 호소했고, 결국 8년 임기의 선수 위원에 당선됐다.

한국 탁구의 대부이자 유 전 회장의 스승 강문수 전 대표팀 감독도 "IOC 선수 위원 당선은 기적이었다"고 말한다. 강 전 감독은 "유 전 회장이 리우올림픽 기간 탁구 경기장으로 온 적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편한 탁구장에 오지 말고 모르는 선수들이 있는 다른 경기장으로 가라'고 했다"면서 "그랬더니 유 전 회장이 화들짝 놀라면서 정말 타 종목 경기장으로 가서 열심히 선거 운동을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표팀 총감독이었던 강 전 감독은 "유 전 회장이 승부사 기질이 있어 기어이 선수 위원으로 당선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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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유승민 당시 대한탁구협회장(가운데 오른쪽부터)이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함께 관전하는 모습. 2024.7.30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S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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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젊은 끈기와 패기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유 전 회장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점은 나이, 경험, 실행력"이라면서 "탁구협회장을 약 5년 반 동안 하면서 공약은 다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정책과 비전이 있더라도 결과로 내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유 전 회장은 국제 대회 때 대표팀 선수들의 숙소 1인 1실 등을 이뤄내며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전 회장은 "8살부터 선수로 35년 동안 현장을 누빈 나보다 경험이 많은 후보는 없는 것 같다"면서 "내 마음 속에는 '체육인을 위한 민원 해결사가 되자, 가장 앞장서 체육인들을 보호하자'는 목표가 있었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과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레슬링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심권호, 배드민턴 스타 플레이어 출신 유연성 등도 참석해 유 전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단일화 대신 독자 노선으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유승민 회장. 과연 그의 인생에 3번째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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