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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선친자’와 돌아온 ‘게임 파괴자’…이븐하게 터진 ‘흑백요리사’ [2024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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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선업튀’ㆍ‘눈물의 여왕’

예능은 명대사 제조기 ‘흑백요리사’

헤럴드경제

‘선재 업고 튀어’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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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이민경 기자] ‘빈익빈 부익부’, ‘될놈될 안될안’(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의 해였다. 올 한해 콘텐츠 업계의 한 줄 평이다. 2024년의 콘텐츠 업계는 졸작도 역작도 많았다. 제작편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지만, 시청자는 여전히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살았다. 무수히 많은 드라마와 예능 중 ‘진흙 속 진주’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예능 콘텐츠는 ‘흑백요리사’의 아성을 누구도 넘지 못한 반면, 드라마 콘텐츠는 채널별, 플랫폼별로 성적표가 엇갈렸다. 케이블 채널의 강세, 지상파의 약진, OTT의 하향세로 정리된다.

‘눈물의 여왕’·‘선재 업고 튀어’…tvN이 평정한 드라마 천하
올 한 해는 tvN이 평정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고 시청률 31%. tvN 역대 시청률 1위에 등극한 ‘눈물의 여왕’을 필두로 ‘선재 업고 튀어’, ‘정년이’까지 히트작을 다수 내놓았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올 상반기 OTT를 포함한 전체 K-드라마를 대상으로 총 26회 주간 화제성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tvN 드라마가 총 21회 1위를 차지, 화제성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선재 업고 튀어’의 화제성은 상당했다. ‘팬덤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이라도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첫 회부터 눈물 꽤나 흘리며 봤을 드라마다. 비단 한국에서만의 현상은 아니다. 드라마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서 1위에 올랐다. 타임지는 “큰 예산이나 유명한 스타는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잘 짜인 스토리가 있었다”고 극찬했다. 드라마는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등 무려 109개국에서 6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결국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까지 양산했다. 드라마에서 선재(변우석 분)가 솔(김혜윤 분)에게 선물한 ‘S 이니셜 목걸이’는 ‘군번줄 같다’는 조롱과 더불어 구매 열기까지 이어졌다. 대본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에서 드라마 대본집이 종합 순위 왕좌에 오른 것은 ‘선재 업고 튀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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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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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선 국극 신드롬을 불러온 ‘정년이’가 2위,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8위에 올랐다. 영국 NME 선정 2024 최고의 K드라마 3위에도 선정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전통적으로 K드라마 강세 지역이었던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최고 2위), 캐나다(최고 1위), 프랑스(최고 2위), 영국(최고 3위) 등에서도 호성적을 기록했다.

김수현 김지원 주연의 신개념 재벌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배우들의 완벽한 비주얼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족했으나, 인기를 끌만한 요인들이 곳곳에 숨었다. 특히 사회 관습을 도치시킨 ‘제사 신’은 시청자층을 개척한 1등 공신이었다.하버드대 화학 전공자 사위,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나온 사위들이 칼정장에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모이는 재벌가 퀸즈그룹의 제사 준비 장면이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동그랑땡 속까지 ‘이븐하게’ 익었는지 살피는 이 장면은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고정된 역할을 전복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상파에선 배우 장나라에게 첫 연기대상을 안긴 SBS ‘굿파트너’가 체면을 지켰다. 장나라와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걸스걸(Girl’s girl)‘ 케미가 주목받았다. 불륜 남편 역을 맡은 배우 지승현은 국민적 분노를 사 대국민 사과까지 할 정도였다. 한석규 주연의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올 한 해 최고의 ’웰메이드 드라마‘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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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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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약세 속 돌아온 최강자 ‘오징어게임’, 강풀 ‘조명가게’ 약진
OTT는 약세였다. 지난해 ‘더 글로리’(넷플릭스)와 ‘무빙’(디즈니플러스)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사라져 힘이 빠졌다. 다만 마침내 ‘오징어게임2’가 귀환했고, 이에 대항할 디즈니플러스의 ‘조명가게’가 약진 중이다.

올 한 해 OTT에선 톱배우들과 다양한 소재 장르물이 쏟아졌지만 나날이 더 큰 자극으로 채우는 시리즈물에 고개를 돌리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선정적 장면과 노골적 대사는 도파민보다는 공해가 됐다.

그 와중에 찰진 대사는 있었다. 디즈니플러스의 ‘폭군’에서 일종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캐릭터인 임상(차승원 분)의 대사가 ‘찰지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이구야, 어쩌다가 기분이 그렇게 ㅈ 같을까요? ㅈ 같으면 안되는데”라는 대사만 편집돼 짤로 돌아다니곤 했다. 그런가하면 비장한 최국장(김선호 분)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왜 우리는 맨날 안 되냐?”는 대사는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절절하게 꼬집어 각인됐다.

최근 최종화까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는 2024년 버전 ’전설의 고향‘으로 뒷심 발휘 중이다. K-팝 그룹 AOA 출신 김설현이 흰 소복 차림에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리며 툭툭 튀어나오자 “무서워서 혼자서 못 보겠다”는 시청자들의 엄살도 들려왔다.

돌아온 최강자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2’는 지난 26일 오후 5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한국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한 어린시절 놀이를 소환, 456억원을 걸고 ’생존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이다. 시즌1의 흥행시간은 지금까지 총 22억520만 시간. 시즌2는 질문하는 드라마로 7회까지 끌고 간다. 우리에게 정의를 묻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질문한다. 지난 26일 공개된 탓에 2024년의 화제성을 평가하기엔 이르나, 올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고 새해에 대반전을 노릴 역작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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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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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천하 유아독존 ‘흑백요리사’…이븐하게 터졌다
2024년 최고의 예능 콘텐츠는 단언컨대 ‘흑백요리사’다. 수많은 예능들이 들고 났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도 ‘흑백요리사’에 견줄 수는 없었다.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능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된 때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는 ‘고비용 고위험’ 콘텐츠인 드라마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들며 한주에 한 편, 혹은 한 주에 3~4편씩 공개해 시청자 유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의 가치’는 ‘흑백 요리사’가 입증했다. ‘흑백요리사’는 ‘피지컬 100’ 이후 한국 예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흑백요리사’는 2010년대 중반 인기를 끈 요리 대결이라는 뻔한 포맷은 기발하고 신선한 차별점으로 시청자를 붙들었다. 흑백의 계급 구도, 참가자들의 서사, 기존 요리 프로그램의 3인 심사위원 구도를 벗어난 2인 체제, 공격과 비하를 버린 착한 서바이벌 콘셉트가 그렇다.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과거와는 달라진 ‘요즘 시청자’의 시선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계급간의 대립은 일반적으로 ‘언더독의 반란’을 응원하기 마련이나, 시청자들은 성공한 백수저 요리사들이 달려온 지난 시간과 그들이 만든 결과에 찬사와 존경을 아낌없이 보냈다.

프로그램은 명대사, 명장면 제조기였다. 설사 ‘흑백요리사’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 됐다. 심사위원인 안성재 모수 오너셰프의 심사평이었던 ‘이븐하게’다. 이 말은 명실상부 ‘2024년의 대사’다. 곳곳에서 유행어처럼 떠돌다 현재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 중인 뮤지컬 ’알라딘‘ 초연 무대에서도 등장하게 됐다. 안성재 셰프는 CF스타에 가수 지드래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을 앞두고 있다. ‘K-디아스포라’의 현현을 보여준 에드워드 리 셰프의 “물코기”와 “비빔인간”, 최강록 셰프의 “나야, 들기름” 역시 올해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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