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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29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8회 에피소드의 테마는 ‘열녀’였다.
성씨 집안의 맏며느리 옥태영의 삶을 살고 있는 구덕이(임지연)는 관아로부터 남편 성윤겸(추영우)의 시신을 확인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시신의 소지품 중에 ‘성윤겸’이란 이름이 수놓아진 수건이 있다고 했다.
시신은 부패해 얼굴을 알아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구덕은 단숨에 그 시신이 성윤겸이 아님을 확인한다. 성윤겸의 어깨에 자자(刺字)한 ‘心’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감(양준모 분)은 시신의 정체를 성윤겸으로 몰아간다. “혹시 과부로서의 앞날이 막막해 남편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오?”라며 도발까지 해온다. 현감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 것일까?
유향소에서도 움직인다. 성도겸(김재원 분)은 좌수 차춘식(윤희석 분)에게 불려가 ‘과부’ 옥태영의 문밖출입을 금하겠다는 엄포에 반발하다 부인을 과부 취급 받도록 만들면서까지 7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성윤겸의 사연을 추궁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에 자극받은 성도겸은 성윤겸을 찾아나선다. 만류하던 구덕이 이천포에서 성윤겸이 자신을 외면했다는 사실까지 밝혔음에도 이천포를 시작점 삼아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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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두 전 청수현 별감 백남기(백승현 분)의 부인이자 백도광(김선빈 분)의 어머니인 송씨부인(전익령 분)의 음모에서 비롯됐다. 백이(윤서아 분) 살해 사건으로 집안이 적몰한데 원한을 품은 송씨는 ‘타도 옥태영’을 기치로 차씨 집안에 양녀로 보냈던 딸 차미령(연우 분)을 성도겸의 내자로 들여보냈다.
집안의 원수 옥태영을 죽여 복수와 함께 가산을 접수할 복안였다. 먼저 아들 과거급제에 목 맨 홍씨부인(정수영 분)을 유혹, 자모당을 움직여 ‘옥태영은 과부’란 소문을 퍼트리고 옥태영을 보쌈해 강간·살해한 뒤 자결로 위장, 청수현이 열녀문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열녀를 배출한 동리에 과거에서 특혜를 주겠다는 내용은 이미 드라마가 빌드업 해놓은 상태다.
드라마의 시대배경은 조선 전기 세조조쯤으로 보인다. ‘경국대전’이 아닌 ‘대명률’, 유향소와 평시서 등의 설정이 그런 유추를 불러온다.
헌데 8화에서 공개된 ‘열녀’란 테마는 조선전기의 상황과는 좀 동떨어진 설정이다. 남녀의 균분상속제로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았던 조선 전기 사회에서 여성의 개가는 저항감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서 남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희귀한 일로 치부됐다. 열녀라 하더라도 단순히 개가를 거부하고 종신 수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절개를 지키다가 피살된 경우는 적었다.
때문에 이 같은 설정은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임진왜란 이후의 시대상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8화 말미와 9화 예고에서 3년 상을 당연시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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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송씨의 음모는 1차 저지된다. 김씨 부인(윤지혜 분)을 통해 송씨가 청수현에 출몰한 사실을 알게 된 구덕이 끝동(홍진기 분)을 움직여 내막을 살폈다. 구덕을 가문의 철천지 원수로 인식해온 차미령도 오빠 백도광의 죽음이 구덕 아닌 부모의 죄과 때문임을 알게 된 후 구덕 앞에서 지난 날을 반성한다.
하인들을 모두 놀러 내보낸 백중날, 드디어 구덕의 안채에 보쌈에 나선 무뢰배들이 난입하지만 잠복하고 있던 안핵어사(김종태 분)에 의해 일망타진된다.
구덕은 차미령을 위해 송씨를 발고하지 않지만 송씨는 남은 피붙이 차미령을 생각하는 일말의 마음도 없이 구덕에 대한 저주만을 퍼붓는다.
그렇게 일단락 되는 듯 했던 사건. 하지만 안핵어사에 추포당한 보쌈꾼들은 병조판서를 등에 업은 박준기(최정우 분)의 수하 지동춘(신승환 분)의 졸개들이었고 보고를 받은 박준기는 청수현감을 불러들여 강압행위에 나선다.
구덕의 외지부를 초토화시킨 현감은 구덕을 ‘지조와 절개를 지켜야 할 과부’로 규정한 후 바깥 일을 금하고 앞서 자신이 마련해 둔 시신을 남편으로 수습해 3년 상을 치르라고 강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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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감으로선 껄끄럽던 장원급제자 성도겸이 사라졌고 병조판서 최측근인 박준기의 명이 듬직한 뒷배로 느껴졌겠지만 이렇게 쉽게 과부 되길 강제할 수 있는 걸 뭐 그렇게 돌아왔나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쨌거나 구덕을 구할 방도는 남편 성윤겸의 등장뿐. 청나라로 건너간 성도겸이 마침내 성윤겸을 찾아 귀향을 재촉하는 와중에 9회 예고에선 구덕의 곤한 처지를 전해 들은 송서인(추영우 분)이 제 어깨에 자자를 하는 모습을 보여 성윤겸 행세를 할 작정임을 드러냈다. 그렇게 9회에는 구덕의 두 남편이 동시에 등장할 것이 예견되며 기대감을 높인다.
임지연의 ‘구덕이’는 불의 앞에 추상 같고, 약한 이에게 자애롭고, 속내 아는 막심(김재화 분) 등 앞에선 천방지축의 세 얼굴을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이 조선조 불세출의 혁명적 캐릭터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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