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19일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손흥민이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한다면, 동시대를 사는 축구팬들에게 이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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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 케이(K)리그에서 뛸 기회가 있을까?”(기자)
“축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손흥민)
토트넘의 레전드 손흥민에게 결정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2015년 여름 토트넘 입단 뒤 10년째인 2024~2025시즌에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구단은 장기계약을 전제로 한 재계약을 할 것 같지 않다. 구단이 발동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지니는 1년 계약연장 옵션을 선택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10년간 ‘영혼을 갈아 넣으며 뛴’ 토트넘의 간판 손흥민으로서는 ‘이별’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도 없다. 일찍이 유럽 무대에서 활동한 대표선수들은 30~31살을 끝으로 은퇴하거나 다른 리그로 방향을 돌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심장’ 박지성은 31살 때 퀸스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했고, 에인트호벤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초롱이’ 이영표는 31살인 2008년 토트넘을 떠났고, 이후 독일과 사우디, 미국 무대에서 활동했다. ‘드리블러’ 이청용과 ‘중원의 키 플레이어’ 기성용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가 30~31살 무렵 다른 리그로 이적한 뒤 K리그로 최종 복귀했다.
전성기 스피드 힘들어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지도 아래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했다. 그동안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지금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성기의 스피드를 변함없이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몸값을 나타내는 이적료 지표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적시장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2009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계약한 손흥민의 2010년 8월 시점의 이적료는 15만유로(약 2억2천만원)였다. 하지만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인 2015년에는 2500만유로(약 375억원)로 평가받았고, 토트넘에서 맹활약한 2020년 12월에는 9천만유로로 정점을 찍었다. 2024년 5월 말 기준, 손흥민의 몸값은 4500만유로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손흥민의 시장가치가 떨어졌다고 해도, 토트넘의 톱 수준 연봉 수혜자인 손흥민의 수입은 줄지 않는다. 다만 구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나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2023년 7월 부임 뒤 손흥민에게 주장 자리를 맡겼지만, 동시에 젊은 팀으로 색깔을 바꾸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구단 가운데 연령층이 네 번째로 낮은 팀이고, 한국의 양민혁(18)을 비롯해 구단 유스팀 출신 마이키 무어(17), 프랑스 대표팀의 윌슨 오도베르(20) 등 10~20대 기대주를 충원하고 있다. 주축인 데얀 쿨루세브스키(24)나 브레넌 존슨(23), 최전방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27)도 손흥민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구단이 시즌 종료 후 손흥민을 자유계약(FA) 선수로 풀어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시즌 경기력의 기복을 보이는 토트넘의 문제점 중 하나로 경험 있는 선수의 부족이 꼽힌다. 자칫 관록 있는 손흥민이 빠진다면 팀이 입을 타격은 더 커진다. 이런 까닭에 손흥민과의 1년 계약연장 혹은 2년 계약 등의 다양한 ‘썰’이 난무한다.
어쨌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손흥민도 마지노선으로 결별 준비는 해야 한다. 선택지로는 익숙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이나,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독일의 분데스리가 팀,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이 있는 스페인 명문 팀 등이 꼽힌다. 자존심 강하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손흥민의 특성상 유럽의 빅 리그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대한 유혹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뛰고 있다.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는 유럽이나 중동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더라도, 은퇴 시점에는 한국 K리그 무대에서 뛰었으면 하는 소망을 버릴 수 없다.
만약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K리그에서 뛴다면 어떻게 될까. K리그 팀 가운데 그의 연봉을 보장해줄 팀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를 통해 한국 프로축구에 붐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실제 K리그는 2020년 FC서울로 복귀한 기성용 효과를 체감했고, 울산HD는 이청용 영입을 통해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이승우가 2022년 수원FC로, 백승호가 2021년 전북 현대로 입단했을 때도 팬들의 관심이 커졌고, 맨유 출신인 제시 린가드가 2024년 FC서울의 50만 관중 돌파에 일익을 담당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손흥민은 기존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말년에 한국 프로무대에서 뛴다면 그야말로 흥행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풀타임을 뛰지 않더라도 그가 운동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최소 1만 명의 관중을 끌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적 스타인 그의 K리그 복귀를 단순 계산으로 1인당 1만원의 효용 증대로 본다면, 국내 파생 가치는 1만원×5천만 인구=5천억원이 된다.
K리그로 유턴할까
슈퍼스타 손흥민도 K리그 유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손흥민은 2024년 7월 서울에서 열린 토트넘과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 관련 기자회견에서 “은퇴 전에 K리그에서 뛸 기회가 있을까”라는 국내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손흥민은 “나중에 K리그에서 활약할 기회가 있을지는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 축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지내다보니 시차 때문에 K리그를 생중계로 못 본다. 그래도 친한 동료가 많이 뛰고 있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중계든 하이라이트든 K리그 경기를 챙겨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역대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다. 202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의 단골 ‘올해의 선수’인 그는 차범근 감독의 대표팀 A매치 최다골 기록(58골)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토트넘의 ‘전설’ 반열에 오른 그가 유럽이나 미국 등의 중간 기착지를 거쳐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한다면, 동시대를 사는 축구팬들에게 이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총알 같은 스피드와 슈팅력, 결정력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팬들은 즐겁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손흥민의 시장가치일 수도 있다.
김창금 <한겨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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