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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의식 안 할 수 없죠…” SSG 최대의 토론장, 경쟁과 격려로 열어가는 청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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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시즌을 보낸 SSG는 내야에서 발견한 두 신인의 잠재력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내야수 박지환(20)과 내야수 정준재(22)는 1군 무대에 자리를 잡으며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이른바 ‘청라 시대’를 이끌어나갈 기수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먼저 두각을 드러낸 건 1라운드 지명자이자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수로는 가장 먼저 호명된 박지환이었다. 캠프 때부터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박지환은 야무진 타격과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워 일약 ‘청라 아이돌’로 떠올랐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전반기 한때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폭풍 성장했고, KBO리그 올스타전에도 참가하는 등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그런 박지환이 한 번의 벽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5라운드 지명자인 내야수 정준재가 SSG 내야 한 자리를 차지하며 떠올랐다. 정교한 콘택트, 타석에서의 인내심, 커트 능력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팀 내 입지를 굳건히 한 정준재는 사실상 팀의 주전 2루수로 시즌을 마쳤다. 연봉 협상에서도 나란히 웃었다. 지난해 신인 선수 연봉 3000만 원을 받았던 두 선수는 연봉이 꽤 많이 올랐다. 정준재는 7500만 원, 박지환은 62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마무리했다.

박지환은 고졸 신인, 정준재는 동국대 2학년을 마친 뒤 얼리드래프트로 프로에 왔다. 신인 타이틀은 같지만 정준재가 2살 형이다. 두 선수는 말 그대로 단짝이었다. 2군에 있을 시절부터 잘 어울렸다. 다 선배들인 1군에서도 항상 붙어 다니며 식사도 함께 하고, 외출도 같이 하곤 했다.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1군 무대에서 서로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비교적 성공적인 신인 시즌을 치러나갔다.

정준재는 “쉴 때도 같이 쉬고, 매일 같이 나가서 밥 먹고 이야기를 한다”고 웃었다. 박지환은 “준재 형이 동기이기도 하고, 나랑 나이가 가장 비슷하기도 하다. 계속 같이 있는 시간이 오래 되다 보니까 준재 형이랑 거의 붙어 다니면서 이야기도 많이 한다. 서로 좋았던 것도 이야기하고, 안 좋았을 때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도 이야기한다. 수비 같은 것은 내가 물어보기도 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사석에서는 ‘절친’이지만, 현실은 어떻게 보면 냉정하다. 하나는 내야수, 하나는 외야수였으면 모를까 둘 다 내야수다. 포지션이 꽤 겹친다. 당장 2025년에는 주전 2루수를 놓고 경쟁할지도 모르는 사이다. 당장 2025년 후반기 정준재의 출전 비중이 높아지자 박지환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선수도 그런 냉정한 현실을 알고 있다. 같이 뛸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친분은 친분이고 경쟁은 경쟁이다. 두 선수 모두 “의식은 된다”라고 솔직하게 입을 모은다.

정준재는 2군 캠프 때부터 박지환의 재능을 너무나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후배지만 부러운 게 많다. 정준재는 “의식을 안 하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조금 의식이 되기는 한다. 포지션도 비슷하다”면서 “어떻게 보면 타격은 스타일적으로 다르지만, 뛰는 것이나 수비 포지션은 같다. 서로 잘하면 좋지만 그래도 의식이 되기는 한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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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도 “포지션 경쟁자일 수도 있다. 준재 형이랑 경쟁을 하긴 해야 되는 게 맞고, 서로를 의식해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랑 스타일은 다른 형이지만 나도 경쟁을 해야 한다. 준재 형을 이겨야 나도 시합에 뛸 수 있다. 서로 좋게 이야기하고 챙겨주면서도 경쟁하는 것”이라고 둘의 사이를 정의했다. 서로 가지고 있는 재능이 조금씩 다르기에 공부도 하고, 자극도 받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인 만큼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다. 팬들도 단기적으로는 두 선수 중 한 선수의 플레잉타임이 줄어들 것을 알면서도, 그 장기적인 미래에 주목하고 흥분한다. 정준재는 콘택트와 커트 능력, 빠른 발을 앞세운 리드오프감이다. 박지환은 정준재보다 더 획이 굵은 야구를 할 수 있고 장래에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펀치력을 가지고 있다. 최정이나 팀 내 베테랑 선수들도 영원하지는 않다. 정준재가 2루, 박지환이 3루 혹은 유격수로 공존할 수 있는 미래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까지 두 선수가 부지런히 성장해야 한다.

이숭용 감독도 두 선수의 활용폭을 최대한 넓힐 계획이다. 정준재는 2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뛴다. 박지환은 2루와 3루, 유격수, 그리고 외야수와 심지어 지명타자까지 기회만 열리면 최대한 경기에 많이 출전시키겠다는 확고한 구상을 가지고 있다.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죽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지금은 경쟁자지만, 5년 뒤에는 단짝인 사석처럼 그라운드에서 단짝이 될 수 있다. 그 예상 시기가 매년 조금씩 당겨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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