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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오징어 게임2' 양동근의 007(러키세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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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오징어 게임2 양동근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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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오징어 게임2'는 배우 양동근에게 '007'번이라는 숫자를 부여했다. 그야말로 '러키세븐'이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연출 황동혁)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양동근은 시즌 2에서 엄마 금자(강애심)와 함께 게임에 참가한 007번 용식 역을 맡으며 새롭게 합류했다. 양동근은 "정말 반갑고 기쁘다. 파티에 임하는 기분"이라며 "저는 배우라서 넷플릭스 구독자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어떤 식으로 보셨는지 정말 궁금했다"고 들뜬 소감을 전했다.

소속사를 통해 '오징어 게임2' 합류 소식을 듣게 됐다는 양동근은 "회사에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말미에 ''오징어 게임' 쪽 하고 얘기가 오가고 있어. 된 건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그러고 잊을만할 때쯤 연락이 왔다. 근데 출연 확정 기사가 나기 전까진 알려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며 "또 잊을만할 때쯤 첫 미팅을 갔다. 근데 대본을 다 안 주고 '요만큼'만 주더라. 대본 유출 때문에 그렇다더라. 심지어 세트장에 가면 하루종일 나가질 못했다. 배정받은 방에서 교도소처럼 씬이 있든, 없든 그렇게 있다가 나가야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에 참여한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라는 의도 아니었을까. 촬영 기간엔 정말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며 "기쁨이라기 보단 넘어야 할 큰 산들이 내 앞에 왔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였다. 이젠 시원하다. 샴페인도 '빵 빵' 터뜨리고, 마음껏 기뻐하고, 인스타 팔로워도 10만명이나 늘었다. 이제야 '와 내가 '오징어 게임'에 왔구나 싶다"고 웃음을 보였다.

다만 캐릭터 자체에 몰입하기까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1987년 KBS 드라마 '탑리'에서 아역 배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양동근은 "용식이는 사실 제가 연기자로 만나고 싶지 않은 연기를 해내야 하는 캐릭터였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역 배우 시절)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 지금이야 예전처럼 대본이 쌓이진 않지만, 예전엔 대본이 쌓일 때마다 우는 장면이 있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했다. 아무리 좋다고 본 책도 우는 장면이 있으면 거절했다"며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연기하는 과정이 너무너무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심지어 엄마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보니까 그럼 그 감정을 해내야 할 텐데 진짜 저희 어머니도 떠오르면서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또 집에서 저희 아이들 셋이 저를 쳐다보고 있고, 일도 해야 하고, '오징어 게임'이니까"라고 털어놨다.

3라운드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 게임에서 엄마 금자와 떨어지는 장면을 찍기 전까진 고민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양동근은 "그 장면을 찍기 전날까지 괴로웠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엄마 역할의 강애심 선배와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이 장면 너무 힘들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른 많은 것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 산을 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아역 배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양동근은 "엄마와 울어야 하는 장면을 예로 들자면, 그 장면과 상관없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건 정말 제정신으로 할 수 없다. 어렸을 때 그런 현장에 가면 감정이 안 잡혔는데도 그런 장면을 찍어야 하는 기억들이 너무 안 좋았다"며 "일도 오래 했고, 권태도 느꼈고, 바닥도 쳐봤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겁고, 재밌게 하려고 하는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또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다는 걸 제 아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그럼에도 양동근은 '오징어 게임2'를 선택했다. 그는 "제가 원래 생각했던 용식이는 날이 선 질감이었다. 근데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머리를 했고, 쓰라는 대로 안경을 썼고, 너무 귀여운 엄마를 만나게 됐다"며 "제가 준비해 간 걸 강애심 선배와 맞춰갔다. 제가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리액션을 준비해 주셨다. 거기에 또 제 리액션을 얹었고, 그렇게 만들어졌다. 근데 제 준비라고 해봤자 대사 숙지 정도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잘 받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가정에도 많은 신경을 쏟아야 했다. 양동근은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집을 오래 비워야 했다는 것이다. 오래 나가 있다 보니 와이프가 굉장히 힘들어했다. 촬영을 시작할 땐 다 같이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라서 저는 세트장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서 도보로 이동했다. 근데 사람이 죽는 걸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도 연기지만 제 감정과 뇌를 써야 하는 거다. 정신적으로 좀 해로울 수 있는 부분"이라며 "장시간 그 무드에 휩싸여있다 보니 제가 느끼지 못한 걸 와이프가 느낀 것 같았다. 제가 장시간 집을 비우니까 아이 셋을 보면서 집안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게 저에겐 가장 큰 도전이었다. 와이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도 그걸 잘 견뎌줘서 오늘의 이런 좋은 날을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다만 양동근은 작품 공개 이후 아내의 반응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뭘 해도 시큰둥하다. '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정도로 생각하는지…저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시즌 2에서 생존한 용식은 엄마 금자와 함께 시즌 3에 등장할 예정이다. 앞서 양동근의 인터뷰가 진행되던 당일은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개최됐다.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전부터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은 '쇼군'에게 돌아갔다. 이어 이날 골든글로브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양동근은 "너무 일렀다. 시즌 3까지 봤어야 했다. 성급했다. 저는 시즌 3에서 '미켈란젤로 HDH'(양동근만의 황동혁 감독 애칭)이 상상이상의 충격을 주는 걸 확인했다. 저도 자부심이 있다"며 "골든글로브가 정신을 못 차린 거다. 물론 작품 공개 전에 노미네이트 된 건 이례적이지만, 시즌 3까지 봤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양동근은 "저도 시즌 2의 엔딩을 보고 정말 '이야~' 싶었다. 감독님이 거장이고, 천재라는 이야기만 듣고 시작했는데 촬영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도 있지만 결과물을 봤을 때 왜 그렇게 불렸는지 알 것 같았다. 저도 제 분량까지 밖에 못 보긴 했지만, 시즌 3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양동근은 "'오징어 게임2'에서 제 번호가 7번이었다. 운으로 따지면 정말 좋은 기운이 있으니까 편하게 운에 걸고, 올해 흘러가는 대로 큰 파도를 타고 싶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까 싶은 파도니까 이 파도에 몸을 맡기고, 25년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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