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AG] 쇼트 2위 차준환·김채연, 프리에서 역전 우승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시상식에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피겨 김채연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5.2.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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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하얼빈의 기적'이었다.
한국 남녀 피겨가 선두 일본 선수들이 연달아 미끄러지는 행운 속 극적으로 역전해 동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피겨 차준환(고려대)와 여자 피겨 김채연(수리고)는 지난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싱글에서 나란히 우승, 한국 피겨 역사상 첫 남녀 동반 금메달을 획득했다.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김채연은 만년2인자 설움을 딛고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에이스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발목 부상으로 그랑프리를 포기했을 만큼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쇼트 프로그램을 2위로 마친 뒤 프리 스케이팅에서 역전에 성공해 기쁨이 더 컸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94.09점을 기록, 2024년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던 세계 최강 가기야마 유마(일본)의 103.81점보다 9.72점 뒤져 있었다.
가기야마의 프리 스케이팅 기본 구성 점수가 차준환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쇼트 프로그램에서 결함이 없었던 가기야마가 프리에서 두 번 이상 넘어지는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으면 역전이 힘든 격차였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 됐다. 차준환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플랜대로 완벽한 연기를 소화한 반면 가기야마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듯 두 번 넘어지며 자멸, 결국 금메달은 차준환의 차지가 됐다.
피겨 차준환과 김채연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프리스케이팅에서 각각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미소 짓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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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채연의 역전극도 상황이 비슷했다. 김채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71.88점을 획득, 75.03점의 사카모토보다 3.15점 뒤진 채 프리스케이팅에 돌입했다.
김채연이 좋은 연기를 했지만 사카모토 역시 김채연보다 구성 난도가 높았기에, 다음 차례에서 사카모토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김채연은 은메달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런데 잘하던 사카모토가 연기 중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김채연이 극적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차준환과 김채연 모두 뒤에서 두 번째 순서로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 도중 이어지는 일본 선수들의 경기와 결과를 스크린으로 지켜봤다.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 김채연도 "경기만 집중하느라 기록은 잘 몰랐다"는 차준환도 극적으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환한 미소로 '하얼빈의 기적'을 만끽했다.
하얼빈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지배로 핍박받던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던 역사적 장소이다. 한국인들에겐 항일 운동의 성지로 상징되는 하얼빈에서 공교롭게도 일본 선수들이 연달아 미끄러져 한국 피겨의 새 역사가 쓰였다. 선수단 관계자의 말처럼 '하얼빈 땅의 좋은 기운'이 기적을 도왔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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