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이 마지막 우승 기회를 살리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친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AZ 알크마르(네덜란드)에 3-1로 이겼다. 1차전 0-1 패배를 극복한 토트넘은 합계 3-2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이 뽑아낸 3골에 모두 관여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득점은 없었으나 1개의 도움을 포함해 토트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가장 먼저 전반 26분 상대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펼쳐 알크마르의 실수를 유도했다. 손흥민 맞고 흐른 볼이 도미닉 솔란키를 거쳐 윌슨 오도베르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이른 시간에 만회골이 필요했던 토트넘에 아주 값진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후반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하프타임 이후 3분이 지난 시점에 제임스 매디슨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왼쪽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의 눈을 끈 뒤 매디슨에게 패스해 득점을 도왔다. 후반 29분에는 오버래핑하는 제드 스펜스에게 정확하게 패스해 오도베르 쐐기골 기점이 됐다.

영국 매체들이 손흥민의 영향력에 다시 박수를 보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손흥민이 파이널 서드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3골 모두에 관여했다"며 평점 9점을 부여했다. 득점 하나 없이 2골을 넣은 오도베르와 함께 팀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또 다른 런던 언론 '풋볼런던' 역시 "손흥민이 훌륭한 압박으로 첫 골을 만들어냈다. 주장으로서 3골 모두에 기여했다"고 평점 8점을 줬다. 이들은 골을 기록한 오도베르와 매디슨에게 최고인 9점을 배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손흥민은 경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알크마르의 수비에 문제를 일으켰다. 합계 점수 1-1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평론과 함께 7.64점의 호평을 내렸다.

이게 주장의 본모습이다. 손흥민은 알크마르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평소 부드러운 형 리더십을 보였던 손흥민은 이례적으로 "우리 모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경기장에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매번 느슨하게 시작해 골을 먹히고 따라가야 한다. 엉성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데 결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등을 요구했다. 손흥민은 "항상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단순히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정신력과 집중력, 헌신 등이 필요하다. 늘 열심히 뛰어야 하고, 홈에서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알크마르전의 중요성도 어필했다. 손흥민은 "힘든 순간을 받아들이고 2차전에 집중해야 한다. 토트넘 모든 구성원이 함께해야 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서포터,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결과를 바꿀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동안 현지로부터 리더십 부족 평가를 받았던 걸 보기좋게 반박했다. 최근 토트넘 선배인 제이미 오하라는 손흥민의 리더십을 줄기차게 꼬집는 중이다. 2000년대 중반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프로 1군까지 콜업됐던 오하라는 "토트넘의 요즘 문제는 투지, 열정, 욕심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확실한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건 감독과 주장의 책임이다. 나도 더 이상 말하기 싫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막말을 한다고 주장이 아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위기에 빠졌을 때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전까지 다소 흐트러졌던 토트넘의 정신력에 다시 집중력을 불어넣으면서 알크마르전에서 기분 좋은 역전 드라마를 직접 연출했다.

토트넘 역사에 더욱 새겨졌다. 이날 출전으로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최다출전 공동 7위가 됐다. 위고 요리스와 함께 447경기째를 소화했다. 이제 6위인 테드 디치번(452경기)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10년간 일관된 컨디션을 유지하며 뛰어왔기에 가능한 수치다. 현역 선수 중 토트넘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불어 우승 욕심도 낼 때다. 8강에 진출한 토트넘은 이제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를 만난다. 손흥민이 마지막 힘을 짜내려고 했다. 토트넘 못지않게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우승이 간절하다. 프로 데뷔 후 아직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10년을 보낸 토트넘 커리어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성인 무대에서의 우승 경험이 없다. 유일한 정상 등극 경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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