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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 "내 퍼스널 컬러=청룡영화상"..이제훈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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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컴퍼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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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부담감을 딛고 완전한 '청룡의 남자'로 우뚝 섰다. 청룡영화상의 새 MC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제훈(41)이 한국영화를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1990년 3월 21일 창간한 스포츠조선이 올해 35주년을 맞아 '청룡의 남자' 이제훈을 만났다. 이제훈은 2006년 개봉한 영화 '진실, 리트머스'를 통해 데뷔했고, 한국독립영화계에 새 역사를 쓴 작품인 '파수꾼'을 통해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당시 충무로 괴물 신인으로 불리던 이제훈은 이후 상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듯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고지전'부터 '건축학개론', '박열', '아이 캔 스피크', '탈주' 등으로 관객을 납득시키는 배우로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한국 영화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MC로서 첫 청룡영화상을 마친 뒤 4개월 만에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제훈은 "김혜수 선배님이 MC를 보시는 청룡영화상을 항상 지켜보기만 했는데, 막상 제가 MC석에 서 본 뒤에 다시 선배님의 방송을 보니 '나는 햇병아리구나. 신생아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마음으로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 배우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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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실수할까봐' 하는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청룡영화상이 너무 오래도록,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보니, 막중한 MC 자리에서 괜히 섣부르게 애드리브를 했다가 이 상에 먹칠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됐다. 만약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유연하고 유쾌하게, 재미있게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청자 분들이나, 현장에 초청되신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청룡영화상이 될 수 있도록 더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다는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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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45회 청룡영화상은 '이제훈 동창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연이 깊은 많은 배우, 감독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제훈은 "함께 영화를 했던 배우분들뿐만 아니라 제 중고등학교 때의 친구들, 어머니의 친척 분들까지도 신기해하시더라. 어떤 작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받았던 연락보다도 청룡영화상 MC가 됐다는 것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더 많이 받으니까 조금 당황했다. '이거 더 잘 해야겠다'는 긴장감도 생겼다. 또 후보가 발표됐을 때 저와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계시고, 감독님이 계시니까 오히려 더 긴장이 되면서 그들을 현장에서 볼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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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난 뒤의 감동은 더 컸다. 이제훈은 "시상식이 끝난 뒤 수상한 배우들, 감독님,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너무 고생했고 잘했다'고 칭찬해주시고 다독여주시니 부끄러우면서도 고마웠다. (정)해인이도 그렇고, (구)교환이 형도 그렇고. 상을 받는 모습을 보니까 제가 받은 것처럼 기뻤고, 그래서 나중에 제가 또 MC를 볼 기회가 생겨서 수상자들에게 축하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에 더해 '만약에 내가 MC인데 수상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도 상상했던 것 같다. '탈주'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고, 더 바라는 것은 없지만, 만약 바라는 게 있고 김칫국을 마셔보자면, 인기스타상은 꼭 받아보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 상이다"라며 웃었다.

30년간 '청룡의 여신'이자 청룡 그 자체의 존재감으로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줬던 김혜수와는 현재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을 함께 촬영 중이다. 10년 만에 다시 만나 '시그널'의 시즌2를 찍는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제훈은 "김혜수 선배님이 '너무 잘하던데 자기?'라고 해주시더라. 너무 부끄러웠다. 선배님은 30년을 하셨는데, 나중에 선배님이 다시 오셔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다. 다음에 선배님이 저의 진행을 다시 보셨을 때 그때는 더 여유를 가지고, 선배님이 이뤄놓은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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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인남우상을 수상할 때와 2024년에 MC로 섰던 무대는 어떻게 달랐을까. 이제훈은 "그때와 지금은 매우 다르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내가, 어리바리하게 시상식에 있으니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이 좋게 상도 받았고 그것에 대한 무게감까지 느끼면서 앞으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한 작품 한 작품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리고, 후보에 오르기도 하고, 그때마다 감계무량하고 꿈도 생긴 것 같다. 내가 꿈처럼 생각하던 시상식에 와서,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선 만큼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신뢰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잘해야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래도록 관객들에게 사랑받는는 선배님들을 바라보면서 너무 존경스럽고, 이분들의 발자취만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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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현재 전국의 오래된 영화관과 작은 영화관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인', '시네필'이라는 호칭이 더 적합한 배우다. 멀티플렉스 체제로 돌아선 영화계 패러다임 속에서 사라져가는 작은 영화관들을 조명하는 시도다. 이제훈의 영화에 대한 순수한 '진심'에 대중도 점차 응답하고 있다.

이제훈은 최근 한국영화계가 침체기를 맞은 것에 대해 남다른 시선과 애정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제훈은 "예전에 비해 영화관에 사람이 줄었다는 것을 크게 느낀다. 관객을 만나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생긴다. 관객 입장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게 되면 돈도 날리고 시간도 날리는 거 아닌가. 정말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나리오부터 더 꼼꼼하게 보고 있다. '한국 영화 너무 재미있다'는 신뢰감을 드려야 영화관에 오는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운 경험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역시도 밥그릇을 잃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이제훈이 보여줄 새 청룡영화상은 또 어떤 그림일까. 이제훈은 "분명히 작년보다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리고 싶다. 확실히 작품을 보고 영화상을 시청하면 '어떤 작품이 받을까'하는 내적인 치열함이 생긴다.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그런 재미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래서 저도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영화제를 갈 때는 많이 보고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한국 영화를 많이 봐주시고, 또 청룡영화상을 즐겨주신다면 잊지 못할 올해의 영화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이제훈에게 그의 퍼스널 컬러를 물어봤다. 이제훈은 "확실한 것은 파랑이 저한테 딱 맞는다는 것이다. 퍼스널 컬러다. 그래서 저에겐 블루드래곤이 딱이다"고 확신, 올해 펼쳐질 제46회 청룡영화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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