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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벤투 전격 경질, 내용 나쁘면 'OUT'…한국에 시사하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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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질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오히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많이 참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을 이끌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던 벤투 감독이지만, UAE에서의 부진에 대해서는 변명거리가 없다.

UAE는 벤투 감독이 사령탑에 부임한 뒤 참가한 첫 메이저 대회였던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FIFA 랭킹 39계단 차이의 축구 변방국 타지키스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탈락했다. 이어진 제26회 아라비안 걸프컵에서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은 벤투 감독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였다. 그러나 3차 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 아시아의 강호들과 같은 조에 묶인 UAE는 8차전이 끝난 뒤 조 3위로 밀려나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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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 2위 우즈베키스탄의 승점 차가 4점이고, 조 3위로 3차 예선을 마치더라도 4차 예선이 있기 때문에 UAE는 여전히 벤투 감독과 함께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UAE의 선택은 경질이었다.

UAE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7월 UAE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감독은 약 1년 5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걸프 뉴스', '아랍 뉴스' 등 복수의 현지 매체들도 UAE가 벤투 감독을 경질했다는 소식에 주목했다. 특히 언론들은 UAE가 북한전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따내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음에도 사령탑을 경질한 점에 초점을 뒀다.

경기를 이기고도 감독을 자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만, UAE가 벤투 감독을 경질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팀과 결별한 벤투 감독은 6개월간 야인으로 지냈다. 그동안 리즈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몇몇 잉글랜드 구단, 그리고 폴란드 대표팀이 벤투 감독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벤투 감독은 UAE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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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FIFA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36년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UAE는 4년간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성공을 이끈 벤투 감독을 선임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행 티켓이 늘어났다는 점도 UAE에는 긍정적이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본선 티켓은 48장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대륙에는 8.5장이 주어졌다. 3차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4차 예선, 그리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대회 직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릴 수 있었다.

UAE는 벤투 감독 부임 직후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2026 북중미 대회 출전에 대한 꿈을 키웠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입혔던 패스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전술로 UAE의 선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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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를 통과하고도 16강에서 타지키스탄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UAE는 선제 실점을 내준 뒤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로 간신히 상대를 따라잡았는데, 페널티킥에서 패배하며 16강에서 아시안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하고 6개월 만에 치른 대회이기는 했으나, FIFA 랭킹 63위 UAE가 104위 타지키스탄에 패배해 탈락한 것은 꽤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채 참가한 걸프컵은 UAE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였다. 그러나 UAE는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을 상대로 2무 1패를 기록하며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3차 예선에서의 부진도 벤투 감독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UAE는 2023 AFC 아시안컵 우승국인 카타르를 두 번이나 잡아냈지만 정작 실질적인 경쟁자였던 우즈베키스탄에 밀리면서 조 3위로 떨어졌다.

지난 21일 열린 이란전 0-2 완패 역시 벤투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다. UAE는 이란이 선보이는 선 굵은 축구에 맥을 추리지 못했고, 이란의 간판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과 모함마드 모헤비에게 연속 실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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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북한전이었다. UAE는 26일 A조 꼴찌인 북한을 상대로 선제골을 만들고도 동점을 허용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그런 UAE를 살린 건 후반 추가시간 9분에 터진 술탄 아딜 알아미리의 극장 결승골이었다.

일단 승점 3점을 따내기는 했으나, 이란전 완패에 이은 북한전 진땀승으로 인해 벤투 감독은 결국 UAE의 신뢰를 잃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UAE가 벤투 감독을 내친 이유다.

UAE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벤투 감독을 최대한 지원했다. 특히 이번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브라질 출신인 루카스 피멘타, 마르코스 멜로니, 파비오 데 리마, 조나타스 산토스, 루앙 페레이라, 브루노 드 올리베이라, 카이오 루카스, 카이오 카네두를 귀화시켜 대표팀에 소집하면서 전력 강화에 힘썼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이 성적을 내지 못하자 결국 칼을 빼든 것이다. 벤투 감독이 UAE에 부임한 뒤 행보를 살펴보면 UAE의 판단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아시아 3차예선이 진행되면서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이 있고 내용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감독이 사퇴하거나 축구협회가 감독을 잘랐다. 이어 벤투도 경질됐다. 한국 축구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 UAE축구협회 / 엑스포츠뉴스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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