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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한선수X유광우 넘어 우승으로? '점유율 80% 몰아주기' 비판받던 황택의가 돌아본 '동병상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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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황택의.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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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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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4세트 27-27 듀스에서 과감한 패스페인트가 꽂혔다. V리그 최고 세터로 군림해온 한선수-유광우 대한항공 듀오에게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는 한방일까.

KB손해보험이 챔피언결정전 도전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KB손해보험은 26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꺾었다. V리그 역사상 1차전 승리팀의 챔프전 출전 확률은 89.5%(17/19)다.

앞서 4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한항공의 영광 한복판에 한선수(40)가 있다면, 이에 맞서는 '새 시대'의 중심은 황택의다. 올해 나이 29세, 바야흐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이날 황택의는 초반부터 상대 블로킹을 뒤흔드는 절묘한 토스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 대신 유광우(40)를 투입하며 3세트를 따내는 등 반전을 노렸지만, 4세트 듀스 혈투 끝에 KB손해보험이 1차전을 따냈다.

황택의는 "순간적으로 상대 움직임이 보여서 (빈자리에)패스페인트를 넣었다. 앞서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았고, 끝까지 놓치지 않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는 속내도 전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평소와 달리 외국인 선수 러셀의 공격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반면 KB손해보험은 황택의의 빠른 토스워크 하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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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선수 유광우를)이긴 게 아니고, 우리 팀이 대한항공을 이긴 것이다. 우리 공격수(비예나 나경복 야쿱)들이 좋다. 내가 타이밍만 맞춰주면 잘 때려주니 고맙다."

황택의는 한선수는 정석, 유광우는 변칙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유)광우 형이 더 예측하기 어렵다. 판단이 굉장히 빠르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술이나 전술을 잘 쓴다"고 표현했다.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무적' 삼성화재를 이끌던 시절 유광우에 대한 배구계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안젤코, 가빈, 레오 등 이른바 '몰빵형' 외국인 선수들 덕을 본다는 비판, '높게 올려주는 것밖에 못하는 세터'라는 비아냥이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대한항공 입단 후 유광우는 비록 출전시간은 길지 않지만, 자신을 향했던 비판들은 모두 팀의 전술적 선택이었을 뿐 편견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타와 황택의. 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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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와 함께 뛰어본 황택의 입장에서도 동병상련이다. 황택의는 2016~2017시즌 KB손해보험에 입단한 원클럽맨이다, 신인상도 받았고, 베스트7에도 3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팀 성적은 늘 아쉬웠다.

우승은 KB손해보험의 숙원이다. 역대 최고 성적이 바로 3년전, 2021~2022시즌 준우승이다.

그런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KB손해보험은 '괴물' 케이타의 원맨팀이었다. 경기에 따라 케이타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황택의는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고민보단 케이타가 때리기 편한 볼을 올리는데 집중했다.

리시브나 연결 과정에서 팀 차원의 실수가 나오면 분위기가 싸늘해지곤 했다. 케이타는 동료의 실수에도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포용할 줄 아는 선수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케이타의 '관용'에 기대는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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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다르다. 비예나(1m92)와 야쿱(1m80)은 외국인 선수치고 단신이다. 좋은 리시브와 빠른 토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의 표현대로 '원팀'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그땐 날 비판하는 기사를 보면서 '다 맞는 말인데?' 생각했다. 나도 스트레스과 답답함을 느꼈다. 공격수들이 못하면 세터는 '왜 거기로 줬냐'는 소릴 듣는다. 반대로 요즘처럼 잘 때려주면 '세터의 분배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세터들에겐 숙제 같은 이야기다."

1라운드 막판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해 합류하면서 KB손해보험의 대반전을 이끈 주역이 됐다. 개막 5연패를 겪었던 KB손해보험은 황택의의 합류, 그리고 후반기 아폰소 감독이 부임하면서 일약 대한항공까지 제치고 리그 2위에 올라섰다. 황택의는 "상무는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후배들을 보면 '무조건 상무 가라'라고 추천해준다"면서 "우린 좋은 팀이다. 정규시즌 2위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배구의 승패는 공 하나하나에 대한 집착이나 열정에서 갈린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현대캐피탈도 못 이길 팀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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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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