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유림 기자) '꼬꼬무'에서는 2003년 발생했던 천안초 축구부 합숙소 화재 사건을 다뤘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168회는 다양한 꿈에 대한 이야기로 ‘천안초 축구부 합숙소 화재 사건’을 주제로 가수 백지영, 배우 박병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리더 수빈이 리스너로 출연했다.
사건은 2002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뜨겁게 달아오른 후의 천안에 있는 축구 명문 천안초 축구부에서 시작됐다. 25명의 초등학생들은 천안초 축구부 운동장 옆에 위치한 30평 남짓의 합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며 축구선수를 향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비극은 2003년 3월 원정 경기 후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에 일어났다. 장호가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다녀오는 순간 갑자기 큰 굉음이 합숙소에 울려 퍼졌고, 금세 불타올랐다.
당시 합숙소는 슬레이트로 된 단층 벽돌집으로 천장 단열재가 스티로폼과 합판으로 만들어져 불이 붙는 속도가 빨랐고, 유독가스가 다량으로 방출되었다. 탈출구는 단 한 곳, 창문이었지만 방범용 창살로 막혀 밖으로 빠져나오기는 불가능했다.
이에 아이들은 기지를 발휘해서 환풍기를 뚫었고, 고학년 아이들은 체구가 작은 저학년 아이들부터 대피시켰다. 그러나 어린 동생들을 대피시키느라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6학년 등 8명의 아이들이 화재 속에 숨지고 말았다.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던 장호는 병원에 마지막 남은 생존자로 전신의 40% 3도 화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당시를 회상한 장호의 어머니는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장호는 1년간 10번의 대수술을 받았고, 죽음의 고비를 수 차례 넘겼다. 당시 얼굴을 알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화상을 입은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장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백지영은 결국 오열했고 박병은 또한 눈시울을 붉혔다.
밝혀진 사고의 원인은 전기 누전. 그러나 아이들을 지킬 수 있었던 세 번의 기회가 있었음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창단 후 10년간 합숙소 점검 없이 허위로 문서가 작성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사건 발생 불과 3개월 전 같은 합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할 뻔했지만, 그 당시 모두 무사히 대피한 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러나,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비극은 대형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에 천안 시민들조차 잘 알지 못했다. 사고 이후 관계자들은 모두 처벌을 받았지만,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꿈을 돌이킬 수 없었다.
13살 장호가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축구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투바투 수빈은 “저였다면 한없이 무너졌을 거다. 꿈에 대한 열정으로 버틸 수 있었다는 게 멋있고 존경스럽다”고 감탄했다.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한 후 운동장으로 달려간 장호는 숨 가쁨과 다리의 통증, 그리고 발가락 세 개를 잃어 불구가 되어버린 몸으로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담담하게 밝혀 리스너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건 발생 후 전국의 초등학교 합숙소는 폐쇄됐고, 천안초는 축구부를 폐지해 더 이상 어린이들이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족들은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것이 숨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축구용품과 후원금을 전달하며 재창단을 건의했고, 여러 뜻이 모여 천안초 축구부가 재창설됐다.
지금의 천안초 축구부의 엠블럼에는 9개의 별이 수놓아져 있는데, 이는 하늘에 별이 된 아홉 명의 아이들을 기리는 상징이었다.
마지막 생존자 윤장호는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서 고통 없는 곳에서 축구하자. 잘 지내고 있어”라고 전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수빈은 “처음 접하는 사건인데 마음 아픈 사연이 있었는지 몰랐다”, 백지영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사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큰 보상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은 “우리가 생존자 삶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사진=SBS
이유림 기자 dbfla4676@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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