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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둘러싼 기이한 ‘과열 보도’…김새론 떠난 지 얼마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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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23일 밤 홍콩 레이더우구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컴플렉스콘 홍콩’ 공연에서 인사하고 있다. 홍콩/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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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열린 뉴진스의 ‘컴플렉스콘 홍콩’ 공연 취재차 방문했던 홍콩 출장은 기자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 같다. 애초 공연 취재를 위한 출장이었으나, 공연 말미에 멤버들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밤중 대소동이 일어났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 카카오톡으로 속보 기사를 보내고, 숙소로 황급히 뛰어가 새벽에 기사를 마무리했다. 국외 출장 중에 이렇게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금의 뉴진스 사태를 돌아봤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일일까,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하면 할 수록 뉴진스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안은 단순한데, 너무 과열됐기 때문이다.



우선 사태의 발단. 지금부터 1년 전인 지난해 4월22일 하이브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하려고 한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의 민희진 해임 추진은 법원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같은 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민 전 대표의 가처분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이브가 제시한 증거로는 배임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 복귀 뒤 2차 기자회견에서 화해를 제안했다. 그는 “다 같이 뉴진스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했다. 하지만 결국 어도어는 이사회를 통해 다른 방법으로 민 전 대표 해임을 강행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 해임”이라며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



이때까지 뉴진스는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해 11월13일 뉴진스 멤버들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 등 시정 사안을 요구하면서 전면에 등장했다. 어도어는 멤버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뉴진스는 같은 달 28일 긴급회견을 통해 전속계약해지 통보를 하게 되고 올해 2월 엔제이지(NJZ)라는 새로운 팀명을 발표하며 독자 활동에 나선다. 이것을 막아달라는 어도어의 가처분을 지난 21일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사건의 흐름만 보면 아직 여전히 분쟁 중의 사안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화해보면, 소속 가수가 제기한 시정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사건일 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의 1차적 판단만이 나온 상태다. 뉴진스는 활동 금지 가처분 인용 뒤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 누구나 법률로써 보장된 절차다. 법정 싸움에서 지는 쪽이 책임을 지면 그뿐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론 악화도 본인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여론이 너무 과열돼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이브가 이사회로 소속된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대중음악제작단체들은 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면서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뉴진스 팬덤도 3만명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맞섰다. ‘이게 이럴 일인가’, 관련 기사를 쓰면서 ‘현타’가 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열된 분위기를 거드는 것은 언론이다. 특히 ‘뉴진스’ 키워드가 워낙 포털에서 잘 팔리는 터라, 작은 이슈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도를 한다. 이 과정에서 팩트 체크와 반론권 보장이라는 보도의 기본 윤리가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뉴진스 인터뷰 기사를 다루는 보도다. 인터뷰 전체의 맥락은 생략한 채, ‘혁명가’, ‘실망’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에 집중하는 보도가 나왔다. 인터뷰 기사 전문을 보면 멤버들은 케이(K)팝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이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이 현재 한국이고 힘든 싸움이지만 자신들의 싸움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케이팝 산업의 구조적인 병폐는 많은 매체에서 지적해온 사안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은 기획사와 그들을 대변하는 관련 단체,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일부 언론뿐이다. 최근 아동 착취 논란이 인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 피프틴’ 같은 사례도 결국 미성년 때부터 단체 생활 등 엄격한 훈육을 통해 데뷔를 시키는 케이팝이 가진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4년 12월16일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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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연 뉴진스의 인터뷰는 ‘혐한’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게 된다. 한 변호사 유튜버가 에스엔에스(SNS)에 “법원마저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퍼져 나간 것이다.



유튜버가 에스엔에스에서 밝힌 의견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이 유튜버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마치 뉴진스가 혐한을 한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는 기본적인 보도 윤리조차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런 보도에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까지 뛰어들었다는 것은 현재 도를 넘은 연예 저널리즘의 비상식적 현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8일은 배우 김새론이 세상을 떠난 지 40일째 되는 날이다. 망자의 영혼이 완전히 저승으로 가게 된다는 사십구재 날이 9일 남았다. 그의 죽음이 사회적 충격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김새론을 계속 괴롭혀왔다는 사이버 레커의 유튜브 방송과 이를 확산시킨 보도가 죽음의 큰 영향을 끼쳤다는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새론의 죽음이 던진 사회의 충격과, 그 메시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지금의 뉴진스를 둘러싼 과열된 여론과 언론보도는 기이하다. 숨을 고를 때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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