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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감독 하정우의 노선이 분명해졌다" '로비'에 담긴 소박한 바람[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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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일찍 배웠으면 그 문화가 쇼크로는 다가오지 않았을 텐데, 너무 흥미로웠어요."

’감독’ 하정우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주연을 겸한 그의 세번째 연출작 ‘로비’는 접대 골프를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다. 2번째 연출작 ‘허삼관’(2015)보다는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의 맥을 잇는데, 더 쫀쫀해진 짜임새와 기승전결 덕일까 더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2일 개봉한 ‘로비’는 독보적 신기술을 갖고도 국책사업에 명함도 내밀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가 국토부 실세 조실장(김의성)에게 로비를 벌이며 벌어지는 웃픈 상황을 그렸다. 잔칫상처럼 풍성한 캐릭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사에선 감독 하정우의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시트콤 같은 상황극에 말맛 쫀득한 티키타카가 더해져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엔 코로나 팬데믹 속 2020년 처음 골프를 치기 시작한 하정우의 경험이 녹아 있다. 뒤늦게 골프를 배우며 접한 그 이상하고도 웃긴 세계가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덕분에 골프장을 무대로 한 대환장 접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

“골프를 치며 가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골프 전 아침식사를 하러 모이면 똑같이 하는 말이 ‘몸이 안 좋다’예요. 다 밑밥이죠. 정작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각자 플레이를 하는 거예요. 골프에서 ‘티샷을 하면 모든 사람이 즐거워한다’고 하잖아요. 잘 치면 친 사람이 즐겁고, 실수하면 걱정해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 좋아하고, ‘나이스 샷’을 외치지만 그 공이 없어졌길 바라는….

평소 인품이 좋은 사람도 ‘저런 면모가 있어?’ 하는 굉장히 이상한 상황을 많이 맞이했거든요. ‘이게 코미디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상생활이든 비즈니스든 사람이 본심을 잘 숨기고 그게 잘 숨겨지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골프장에서는 스멀스멀 나오더라고요. 20대부터 70대까지 여러 동반자와 쳐 봤는데 너무나 똑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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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욱의 접대 덕에 팬심을 넘어선 사심 그득한 마음으로 미녀골퍼 진프로(강해림)과 골프를 치게 된 '조실장'은 이런 부분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결국엔 거북스런 본색을 드러내고야 마는 문제적 인물을 김의성이 맡아 열연했다. 그 역시 하정우가 직접 보고 겪은 수많은 문제적 아저씨들의 모습을 조합해 탄생한 캐릭터다.

“최악의 사람을 떠올리면서 짬뽕을 시켰죠. 재수없는 행동 중에서도 최악은 자기가 그 행동을 하면서도 모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실장은 본인이 나이스하고 세련된, 매력적인 아저씨라고 생각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기엔 함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인물이죠. 어떻게 하면 빌런 아닌 빌런을 만들까, 어렸을 때부터 만난 주변 아저씨 ‘개저씨’에다 허구 세 스푼, MSG 네 스푼 정도를 넣어 만들어 만든 캐릭터예요.”

하정우는 여기에 “디자인과 대사만 세팅해 드렸지 모든 감정 표현은 (김)의성이 형이 너무나 잘 표현해 주셨다”며 “살아온 철학의 스펙트럼이 넒으시다. 반대로 어떻게 하면 비호감인지도 잘 아시는 것 같다. 누구보다 잘 하실 거라고, 누구보다 영화적으로 잘 표현하실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하정우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을 내놓으며 감춰놓은 본심이 여실히 드러나고야 마는 코미디로 방향을 분명히 한 듯 하다. 그는“콘텐츠 속 사람이 표정이 많을 뿐 보통 사람은 무표정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이 빠르다. 콘텐츠에서는 느리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빠르다”면서 “그 두가지가 흥미롭다.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매체와 우리가 실제 하는 말과 실제 짓는 표정엔 간극이 있다. 우리의 표정을 진짜로 봤으면 한다. 그렇게 이면에 감춰진 진짜 욕망과 욕구가 드러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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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연기한 주인공 창욱의 캐릭터가 조금은 무표정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정우는 “제가 연기를 덜 한다고 하는 분도 있다. 연기를 더 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며 “’로비’에는 그런 제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맞다고 볼 수 없고, 감독이 원하면 그것에 맞추는 것이 배우의 의무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로비’에선 대사가 있고 미술과 음악과 환경이 있고 다른 데서 표현이 되는데, 그렇게 전면에 나서서 친절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했다. 저의 테이스트는 그렇다”고 말했다.

척척 호흡이 들어맞는 티키타카는 놓치지 않았다. 전체 대본 리딩만 10번 넘게 진행했을 만큼 사전에 변수를 줄이고 쫀쫀한 호흡을 강조했다. 하정우는 “리딩 하면서 대사를 바꿔도 되고 애드리브를 해도 되지만 그 모든 게 촬영 전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배우들께 말씀드렸다”며 “촬영 때는 오롯이 촬영에 집중하고 싶었다. 제가 배우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최대한 콘티에 맞춰 촬영해나가기에 집중했다”고 귀띔했다.

‘타이밍’과 ‘템포’는 하정우 감독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다. 첫 영화 ‘롤러코스터’ 당시 편집감독와 내내 편집실에 함께했던 하정우 감독은 이번 ‘로비’는 전적으로 김상만 편집감독에게 편집을 맡긴 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템포를 조절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 재조명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스스로는 ‘롤러코스터’를 곱씹으며 혼자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고민도 했단다. 그런 고민의 결과는 촬영을 마친 다음 4번째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은 너무 다르지만, ‘로비’는 거기에서 제 방향을 확실히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반기 ‘윗집 사람들’도 이런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더 밀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촬영했어요. ‘로비’는 감독 하정우로서의 노선이 명확해졌다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요. 낯설 수도 있지만 웃고 가시기를. 관객들에게는 그저 소박하게, 재밌게 보시고 기억해주시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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