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5차전 5세트 끝 석패…정관장, 봄배구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연으로 남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통합우승’이라는 결말을 가정하고 시작된 드라마였지만, 정관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봄배구에서 갖은 악재에 시달렸던 정관장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프로배구 여자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투혼을 불살랐다.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세트 점수 2-3(24:26/24:26/26:24/25:13/13:15)으로 석패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정관장은 1∼2차전을 내줬다가 3∼4차전을 따내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5차전에서 패해 챔피언 등극을 다음으로 미뤘다.



경기에 뛰었던 모두가 주인공인 시리즈였다. 1차전을 제외한 2, 3, 4차전이 모두 풀세트(5세트)까지 이어질 만큼,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난투극을 벌였다. 흥국생명의 경우 챔피언결정전 직전 열흘간의 휴가가 있었지만, 정관장에게는 이마저도 없었다. 특히 세터 염혜선(무릎), 아웃사이트 히터 반야 부키리치(발목·등록명 부키리치), 리베로 노란(허리),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허리·등록명 메가) 등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봄배구를 치렀다.



이에 흥국생명의 낙승을 예상한 시각이 많았다. 1차전이 이러한 시각에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1차전을 세트 점수 3-0으로 따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정관장의 선수들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고희진 감독) 부상 투혼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차전에서 수비에만 집중했던 부키리치가 3차전부터 날기 시작했고, 메가 역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서브에이스와 득점을 터트리며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메가는 챔피언결정전 1∼4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116점을 올렸다. 마지막인 5차전에서도 37점을 올렸다.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장 염혜선의 눈물 역시 팀원들의 각성을 이끌어냈다. “악역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겠다”며 절뚝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토스를 뿌렸다. 고통으로 경기 도중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지켜본 감독이 출전을 만류했지만, 염혜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필요한 순간과 장소에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정관장은 양쪽 날개와 중앙에서 흥국생명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수없이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다만, 마지막 5차전에서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정관장은 1∼2세트를 모두 큰 점수 차로 앞서다가 듀스전 끝에 흥국생명에 역전당했다. 3∼4세트를 다시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5세트 11-11 초접전 상황, 리시브가 흔들려 베테랑 표승주가 상대 코트로 공을 가볍게 넘기는 과정에서 범실을 저질렀다. 정관장은 11-12로 밀리기 시작했고, 흥국생명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김연경의 디그를 발판 삼아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부르주)의 공격으로 연이어 점수를 따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시즌 봄배구를 바라보는 모든 시선은 김연경에게 집중됐다. 지난 2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고, 마침내 ‘통합 우승’이라는 화려한 피날레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고희진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김연경을 향해 “정말 대단한 선수였고 앞으로도 다시 나오기 힘든, 한국 배구의 아이콘이었다”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