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공수 맹활약
흥국생명 통합우승·MVP 이루고 은퇴
대표팀과 클럽에서 헌신적 모습으로
프로배구 1호 은퇴투어·영구결번 지정
“은퇴 후 진로는 아직”…배구계 역할 고심
“팬들 덕에 행복한 배구 인생 살았다”
김연경이 8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정관장과 경기에서 1세트를 승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선수’ 김연경의 모습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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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도 이렇게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20년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는 자리에서 긴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간 한 편의 드라마같은 명승부. 결국 손에 땀을 쥐게 한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드라마의 주인공은 역시나 그였다. 비단 챔피언결정전 만이 아닌, 그의 배구 인생 자체가 팬들에겐 드라마였고, 영화였다.
대한민국에 명품 배구를 선사한 ‘여제’ 김연경이 그토록 바라던 통합우승을 일구며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마쳤다.
국내리그로 돌아와 16년 만에 우승컵을 든 김연경은 만장일치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5년 12월4일. V리그 코트에 첫발을 디딘 열일곱살 막내는 현대건설과 데뷔전서 무려 29득점하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192㎝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공격력, 안정된 수비, 탁월한 배구 센스를 모두 갖춘 김연경은 그 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신인상과 MVP를 휩쓸었다. 두개의 타이틀을 한 시즌에 거머쥔 건 김연경이 유일하다.
2009년부터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월드스타로 떠오른 김연경은 코로나19로 세계 스포츠계가 셧다운된 2020년 국내 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김연경만 오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배구계 정설은 시간이 갈수록 물음표로 변했다. 복귀 첫해인 2020-2021시즌부터 3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은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하고자 올시즌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었고, 결국 고대했던 우승으로 선수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에서 강호 도미니카를 꺾고 환호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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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달고 보여준 헌신도 ‘여제’의 수식어를 얻기에 충분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를 이끌었고,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올림픽 MVP에 뽑히기도 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국민에게 매 경기 감동을 선사하며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일궜다.
김연경은 미국의 힘과 일본의 기술, 브라질의 순발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김연경을 향해 국제배구연맹(FIVB)은 “우리는 말하고 또 말했다. 김연경은 10억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One in a billion star)라고”라는 찬사를 보냈다.
김연경이 8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챔피언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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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우승 후 “우리가 정말 이겼는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안난다. 선수 생활 은퇴 무대를 동료들이 멋지게 장식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은 말로 표현 못할만큼 너무 힘들었다. ‘은퇴할 때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안따를까’ 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멋있게 끝내려고 이런 역경이 있었나 보다. 이보다 행복한 은퇴는 없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일단 김연경 자선재단(KYK 파운데이션)에서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 이후의 진로는 쉬면서 차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모든 팬들이 내게 힘이 됐다. 팬들 덕에 행복한 배구 인생을 살았다”며 배구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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