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맹활약
흥국생명 통합우승 이루고 MVP
“은퇴 후 진로 아직”…역할 고심
“팬들 덕 행복한 배구인생 살아”
지난 8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김연경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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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도 이렇게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20년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는 자리에서 긴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간 한 편의 드라마같은 명승부. 결국 손에 땀을 쥐게 한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드라마의 주인공은 역시나 그였다. 비단 챔피언결정전 만이 아닌, 그의 배구 인생 자체가 팬들에겐 드라마였고, 영화였다.
대한민국에 명품 배구를 선사한 ‘여제’ 김연경이 그토록 바라던 통합우승을 일구며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마쳤다.
김연경의 배구는 시작부터 끝까지 찬란했다. 2005년 12월 4일. V리그 코트에 첫발을 디딘 열일곱살 막내는 현대건설과 데뷔전서 무려 29득점하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192㎝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공격력, 안정된 수비, 탁월한 배구 센스를 모두 갖춘 김연경은 그 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신인상과 MVP를 휩쓸었다. 두개의 타이틀을 한 시즌에 거머쥔 건 김연경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연경만 오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배구계 정설은 시간이 갈수록 물음표로 변했다. 복귀 첫해인 2020-2021시즌부터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은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하고자 올시즌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었고, 결국 고대했던 우승으로 선수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지난 2월 13일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전설의 퇴장에 배구계 전체가 예우를 갖췄다. 김연경의 정규리그 마지막 방문 경기마다 은퇴식 행사를 준비해 한국배구연맹(KOVO) 최초의 ‘은퇴 투어’를 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김연경은 우승 후 “우리가 정말 이겼는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안난다. 선수 생활 은퇴 무대를 동료들이 멋지게 장식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은 말로 표현 못할만큼 너무 힘들었다. ‘은퇴할 때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안따를까’ 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멋있게 끝내려고 이런 역경이 있었나 보다. 이보다 행복한 은퇴는 없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일단 김연경 자선재단(KYK 파운데이션)에서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 이후의 진로는 쉬면서 차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모든 팬이 내게 힘이 됐다. 팬들 덕에 행복한 배구 인생을 살았다”며 배구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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