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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둘째 아들이 일본 국가대표, 김정민 "귀화 아냐, 모국이 두 나라. 최종 선택은 몰라"…김도윤→다니의 꿈은 유럽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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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중 2학년 때의 김도윤과 김정민.. 부자는 오산중 축제 때 함께 공연을 했다. 사진제공=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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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 도스에서 함께 뛰고 있는 김도윤(왼쪽)과 형 김태양. 사진제공=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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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한국을 버리고 일본을 택했다', '귀화했다' 등 자극적인 타이틀을 바로잡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아들에게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가수 김정민, 아버지의 입장에선 혹시 모를 '상처'를 걱정했다. '둘째 아들' 김도윤(17·다니 다이치)이 일본 U-17(17세 이하)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어 새삼 화제다. 김도윤은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FC서울의 '찜'을 받은 그는 산하 유스팀인 오산중에서 활약했다. 그러다가 2년 전 골키퍼인 한 살 터울의 형(김태양)과 함께 '어머니의 나라' 일본으로 떠났다. 익히 알려진대로 김정민의 아내는 일본인 다니 루미코다. 2006년 결혼했고, 슬하에 '삼형제'를 두고 있다. 첫째와 둘째가 축구 선수고, 초등학생인 막내는 야구 선수를 꿈꾸는 '스포츠 가족'이다.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김민우(울산) 등이 몸담았던 일본 J2리그 사간 도스의 유스팀이 첫째와 둘째의 손을 잡았다.

김도윤의 '재능'은 일본에서도 통했다. 지난해 U-17 대표팀에 발탁돼 아시안컵 예선에서 맹활약했다. 네팔전(9대2 승)에서 혼자 4골을 터트렸고, 이어 몽골(7대0 승)과 카타르(5대0 승)전에서도 후반 중반에 투입돼 연속골을 작렬시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U-17 아시안컵 본선 최종엔트리에도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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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번개맨'의 시사회에 참석한 김정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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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스포츠 세계에선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되는 라이벌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아이의 눈높이는 또 다르다. 김정민은 "애들의 여권이 2개다. 태어나면서 나라가 2개다. 한국 정서상 반일 감정으로 예민하지만 애들은 모국이 두 나라다. 특수한 입장이라 어떤 편을 들 수 없다. 애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도윤이가 한국의 연령대별 대표팀에 뽑혔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런 적이 없다. 축구를 하면서 몸도 아팠고, 이런저런 문제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원래 코로나 이전 유학을 준비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굳이 일본행을 표현하자면 '유학'이다. 그는 "엄마가 집에서도 한국말을 쓴다. 일본말은 '아리가또', 하나밖에 몰랐다. 말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유학을 갔다.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며 "오해를 받고 있는데 애들에게는 한국과 일본, 어디가 더 좋아 이런 게 없다"고 했다.

일본 축구가 '김도윤'이 아닌 '다니 다이치'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축구에서 국적은 성장 과정인 연령대별 대표팀에선 중요하지 않다. 박지성과 맨유에서 함께 뛴 대런 플레처의 경우 쌍둥이 아들이 다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 명은 잉글랜드 U-18, 또 다른 한 명은 스코틀랜드 U-18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1m84인 김도윤은 축구 센스가 탁월하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드리블과 패싱력이 뛰어나고, 공격수로서 결정력도 갖추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김도윤은 아랍에미리트, 베트남과의 B조 조별리그 1, 2차전에선 결장했다. 김정민은 "지난해 예선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다쳐 그 자리를 메웠다. 그 부상 선수가 돌아왔다. 뛸지, 안 뛸지는 모르겠다. 전술이 바뀌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아들의 일본 대표 소식이 크게 다뤄 질 내용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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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야마 노조미 일본 U-17 대표팀 감독은 다니에 대해 "대표팀에 없는 유형이다. 과제는 있는 선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어서 흥미롭다.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결국 최종 갈림길은 A대표팀이다. 유럽에서도 연령대별 대표팀과 A대표팀 국적이 달라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김도윤의 미래도 아직 물음표다. 김정민은 "어느 편이 없다. 일본이 기회를 먼저 주었다. 프로도 아니고, 아직 유소년이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성인 국가대표팀은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다.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결국 좋은 기회를 준 팀에서 뛰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윤이는 늘 그랬듯 미래를 향해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정민은 199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발라드 가수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 전국 투어 콘서트 중이며, 20일 성남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아들의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 그 꿈을 향해 축구 선수로서 주어진 환경과 기회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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