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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일본의 조롱·국내 무관심' 이겨냈다…U17 축구 4강 진출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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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이슈 등 어려운 여건 이겨내고 준결승행

17일 오후 11시 개최국 사우디 상대로 결승 도전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U17 축구대표팀이 AFC U17 아시안컵 4강에 진출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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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좀처럼 웃을 일이 없던 축구계에 오랜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아직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예상치 못한 경기 외적 난관을 이겨내고 맺은 결실이라 더 기특하다.

U17 축구대표팀은 15일 오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만나 정규시간 동안 2-2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 준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미 8강 진출로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대표팀은 2연속 결승이라는 다음 목표를 향해 뛴다. 한국은 직전 대회였던 2023년 결승서 라이벌 일본에 0-3으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986년과 2002년, 2번 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17세 이하 선수들은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연령별 대표팀의 사실상 막내다. FIFA도 AFC도 U17부터는 대규모 국가 대항전을 진행한다. 물론 U14 등 더 어린 선수들로 꾸려지는 대표팀도 있으나 당장의 성과보다는 성장을 돕기 위한 과정 단계로 봐야한다.

요컨대 번듯한 '국가대표'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라면 고등학생 연령대 경기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소위 '제2의 OOO'으로 소개되는 대형 유망주도 없고 사령탑도 커리어 내내 주로 유소년을 지도해 대중적 인지도와는 거리가 있다.

무관심으로 출발했고 대회 내내 설움을 받았는데,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특한 성과를 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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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무관심으로 시작했는데 첫 단추도 잘못 끼웠다. 백기태호는 5일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졌다. 유효슈팅만 21개 기록했을 정도로 경기는 지배했으나 결정력이 너무 좋지 않았고 외려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내줘 쓴잔을 마셨다.

관심 없던 팀이지만 '약체' 인도네시아에게 패했다는 소식에는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형님부터 아우까지, 한국 축구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엎친 데 덮쳐 일본에서도 오지랖 넓은 지적이 나왔다.

7일 일본축구협회(JFA) 기술위원회가 열렸는데 그때 가게야마 기술위원장이 인니에 패한 한국 U17대표팀 결과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거쳐 한국까지 알려졌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한국은 U-17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에 졌다. 인도네시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조금만 방심하면 한국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는 메시지였다. 일본 기술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된 날, 백기태호는 아프가니스칸과의 2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으나 그 내용은 묻혔다.

이후에는 요상한 이슈 때문에 서러웠다.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 U17 대표팀 멤버 중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사이에서 태어난 김도윤(일본명 다니 다이치)의 존재가 떠올랐고 그 부친이 유명한 가수 김정민씨라 한일 양국에서 큰 이슈가 됐다.

태생적인 배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모국이 2개인 어린 선수고 그 나이에는 어느 나라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든 문제될 게 없다. 일본 귀화를 한 것도 아니고 아직 A대표팀 이력이 없어 한국 대표팀으로 뛸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내내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김정민씨가 인터뷰에서 어린 아들이 상처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했는데도 선수 결정에 대한 평가부터 한국 축구계의 무능함까지 무분별하게 쏟아졌다. 그러는 사이 백기태호는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까지 올라 FIFA 월드컵 본선 티켓도 따냈는데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이번 4강 진출이 다행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막내 대표팀'이다. 팬들의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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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축구 관계자는 "연령별 대표팀이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이런 대회뿐인데 안타깝다. 요즘 선수들은 실시간으로 뉴스 다 확인한다. 지도자가 컨트롤은 하겠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막을 순 없다"면서 "첫판이 꼬였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해내고 있는데 자신들에 대한 조명보다는 경기 외적인 다른 이야기가 많으니 마음이 좋진 않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어린 선수들답지 않게 무관심을 '절치부심' 삼은 성과라 더 대견하다. 오는 11월 세계 대회도 누빌 선수들인데 팬들도 얼굴을 익힐 필요가 있다. 백기태호는 일본을 제압한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17일 오후 11시 오카드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4강전을 치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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