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와 해리 다이아몬드가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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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디 오픈에서다. 연속 보기를 하면서 흔들리는 로리 매킬로이(36)에게 캐디인 JP 피츠제럴드가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너는 FXXXing 로리 매킬로이야!”라고 소리쳤다.
스포츠팀 감독이 어린 선수 다그치는 장면 비슷했다. 매킬로이는 이후 정신을 차렸는지 버디 4개를 잡았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후 8년간 메이저 4승을 함께 한 캐디 피츠제럴드와는 헤어졌다. 매킬로이는 “해고가 아니라 관계가 나빠질 것 같아 서로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7살 때 동네 골프장에서 만나 함께 선수생활하며 자란 해리 다이아몬드를 캐디로 썼다. 다섯 살 많은 동네 형은 잠깐 가방을 들어주기로 했다가 지금까지 8년을 함께 일하고 있다. 그 동안 매킬로이는 PGA투어 일반대회에서는 14번 우승했으나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었다.
매킬로이에게 필요한 건 메이저 우승이었다. 그래서 캐디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종종 나왔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역전패했을 때 타이거 우즈의 전 코치 행크 헤이니 등은 “15번 홀 클럽 선택 실수로 보기를 한 건 캐디도 공동 책임”이라고 했다.
고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은 “부인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매킬로이는 이혼까지 고려했다. 지난해 법원에 이혼 소송장을 냈다가 철회했는데 PGA 투어 선수들이 들려준 부부의 불화 이유는 매킬로이가 너무 골프에 집중해서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매킬로이는 캐디는 지켰다. 그는 “내 캐디는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두둔했다.
마스터스 우승이 확정된 후 로리 매킬로이와 캐디 해리 다이아몬드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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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룸에서도 매킬로이는 캐디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목이 메었다. 그는 “내 인생 내내 큰 형처럼 따뜻했다. 우리가 함께 겪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우승은 내 것이자 그의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매킬로이가 1라운드 4언더파로 잘 나가다가 더블 보기 2개를 할 때 캐디가 나서서 조언을 했어야 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다이아몬드는 선수 출신으로 골프를 알지만 코스에서는 의견을 별로 내지 않는다.
그러나 매킬로이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냉정한 전문가가 아니라 얘기를 들어줄 친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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