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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은 왜 대폭 삭감된 1억5000만원의 헐값에 도장을 찍어야 했나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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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임명옥(39)은 현역은 물론 V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최고의 리베로다.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베스트7 리베로 부문을 6시즌 연속 수상하고 있다. 베스트7이 신설되기 이전엔 수비상도 2차례(2010~2011, 2013~14)도 받았다. 지난 14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20주년 베스트7에서도 리베로 부문 수상자는 임명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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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생으로 2005 V리그 원년에 신인이었던 임명옥. 드래프트 동기인 황연주(현대건설)와 더불어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어 여자부 최고령 선수가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임며옥의 기량은 명불허전이다. 2024~2025시즌 초반만 해도 목적타의 타겟이 되는 등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스포츠계의 격언대로 임명옥은 자신의 클래스를 회복했다. 시즌을 마친 뒤 나온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전매특허인 리시브 효율은 무려 50.57%. 단연 1위다. 리그 유일의 50% 이상의 리시브 효율이다. 2위인 김연경(41.22%)과 무려 9% 이상 차이날 정도로 압도적인 1위다. 디그 역시 임명옥이 1위다. 세트당 5.113개로 이 역시 리그에서 유일하게 세트다 5개를 넘긴 선수가 임명옥이었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도 당연히 임명옥이 세트당 7.326개로 1위다.

    2024~2025시즌을 마치고 임명옥은 6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임명옥이 도로공사에서 차지하는 전술적 비중에 여전히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임명옥의 기량을 감안하면, 아무리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발 빠른 계약은 물론, 연봉도 최소 동결, 인상은 해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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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임명옥의 계약 소식은 FA 협상 기간 중에 들려오지 않았다. 24일 협상 기간 만료후 KOVO의 공시를 통해 총액 1억5000만원(연봉 1억원+옵션 5000만원)에 도로공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이다. 임명옥이 이 정도의 헐값에 계약을 맺은 이유는 뭘까?

    임명옥은 협상 시한 만료 하루 전만 해도 미계약 신분으로 남는 게 아니냐는 배구계 관측이 나올 정도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그 시작은 도로공사가 팀 연봉 규모를 샐러리캡(27억원)보다 3~4억원을 줄이라는 내부방침 때문이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도로공사의 FA는 임명옥이 유일했다. 임명옥은 2024~2025시즌에 총액 3억7000만원(연봉 3억5000만원+옵션 2000만원)을 받았다. 2024~2025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이 25억9000만원이었던 도로공사로선 임명옥에게 연봉 동결 조건조차 제안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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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이면, 도로공사가 샐러리캡 최대치에서 3~4억원을 줄이라는 내부방침을 내린 이유가 궁금할 법 하다. 요약해 말하면 도로공사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인 강소휘를 보수상한선인 8억원(연봉 5억원+옵션 3억원)을 꽉꽉 채워 영입했다. 그러나 배구단은 일찌감치 강소휘 영입을 추진한 반면 도로공사 본사에는 이에 대한 보고가 늦었고, 강소휘 영입으로 인한 보상금 8억원을 GS칼텍스에 지급하는 것에 본사 내부에서 잡음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단과 본사의 소통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본사는 2024~2025시즌엔 샐러리캡보다 3~4억원을 더 연봉규모를 줄이라는 방침을 세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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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명옥이 먼저 연봉을 줄여서라도 잔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도로공사는 쉽사리 계약을 제안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도로공사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수소문해봤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자타공인 최고의 리베로인 임명옥에 대해선 모든 구단이 탐을 냈지만, 다른 팀들도 FA 영입에 한창인 상황에서 최소 3~4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어느덧 마흔이 되어 향후 트레이드 카드로도 활용하기 어려운 임명옥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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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부진한 협상에 임명옥은 도로공사에서는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게 됐고, 도로공사는 협상 시한 만료에야 사인 앤드 트레이드 조각을 맞추게 됐다. 이대로 미계약 신분으로 남을 수 없었던 임명옥은 향후 트레이드될 팀의 사정이 고려된 1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임명옥을 보내고 도로공사가 받아오는 반대급부도 선수나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이 아닌 현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로선 헐값에 최고의 리베로를 보내게 된 셈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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