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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양키스 첫 타자, 벤 라이스의 타석이었다. 이날 클리블랜드 선발이자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루이스 오티즈는 2B-1S의 카운트에서 4구째 커터를 한가운데 집어넣었다. 라이스도 이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멀뚱히 지켜봤다. 공은 존 박스 안에 명확하게 들어갔다. 걸친 공도 아니었고, 그래서 특별한 프레이밍도 필요하지 않았다. 누구도 2B-2S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날 주심이었던 마크 리퍼저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라이스도 심판을 흘깃 쳐다봤다. 오티즈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중계 방송의 가상 스트라이크존이 완벽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건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였다. 클리블랜드와 뉴욕 양키스 양쪽 해설진 모두 “오심이다”고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심판이라면, 이 공을 못 봤을 리는 없었다.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공 자체를 놓쳤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2B-2S는 타자와 투수 모두의 카운트지만, 3B-1S는 타자의 카운트다. 당연히 투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오티즈는 라이스에게 볼넷을 내주고 경기를 찜찜하게 시작했다. 볼넷을 주자 카메라는 리퍼저 주심을 잡았다. 오심이라는 의미다. 하필이면 그 다음 타자가 올 시즌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애런 저지였다. 저지 앞에 주자기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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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자 팬들은 심판의 수준을 의심하고 일부는 조롱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심판의 눈이 멀었다”, “이것을 못 볼 수 있나. 아마도 올해 이 이상의 오심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빨리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도 ABS 도입에 대한 의견은 조금 갈리지만, 이런 오심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현재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볼 판정 정확도는 94% 수준이다. 하루에 적어도 200개 이상의 공을 판정하니, 경기마다 6~10개 정도의 오심은 나온다는 이야기다. 사실 심판들도 갈수록 판정이 쉽지 않다. 140㎞짜리 공과, 160㎞짜리의 공은 주심도 판단 시간의 차이가 크다. 공이 미친 듯이 빨라지고 있고, 싱커나 커터처럼 빠르게 꺾이는 공도 적지 않아 애를 먹는다. 심판들도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발전 속도를 사람의 눈으로 따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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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메이저리그의 ABS 시스템은 수정과 보완을 거치고 있다. 이미 트리플A에서는 한 시즌을 풀로 운영했다. KBO의 경우 선수의 키를 기준으로 존을 설정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타격폼까지 고려한 ABS 시스템을 도입하려 준비한다. 최첨단 호크아이 시스템이라 KBO보다는 아무래도 정확성이 더 낫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챌린지 방식으로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KBO리그처럼 전면 도입이 아니라, 공격이나 수비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만 ABS 시스템을 운영했다.
전면 도입할지, 챌린지 방식으로 할지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전면 도입이 당연히 나아 보이지만, 예상 외로 챌린지 방식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당장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두 방식을 비교한 결과, 메이저리그가 사활을 거는 경기 시간 단축은 오히려 챌린지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가 한쪽으로 넘어갔을 때, 양쪽 모두 암묵적으로 경기를 빨리 진행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심판이 ‘전략적으로’ 콜을 해줄 수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메이저리그의 ABS 존이 어떤 기술로,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방식이 국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결국 KBO 시스템도 메이저리그 시스템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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