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형 조기 강판 모습, 마음이 좋지 않았다"
"둘 다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번 선발 맞대결 펼치고파"
김광현 '위기 탈출을 위해' |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김광현(37)은 과거 좌완 파이어볼러의 표본이었다.
시속 150㎞대 직구와 140㎞대 고속 슬라이더로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했다.
김광현이 이 악물고 던진 경기에선 누구도 쉽게 안타를 만들지 못했다.
김광현을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함께 국내 최고 좌완 투수로 꼽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광현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법.
김광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복귀한 2022년부터 시속 140㎞대 중반 구속을 주로 찍기 시작했다.
2024년 4월 10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2회초 김휘집(현 NC다이노스)에게 던진 3구째 직구는 김광현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시속 150㎞대 강속구였다.
그는 2024시즌 나머지 경기에서 단 1개의 150㎞대 직구도 던지지 못했다.
올해도 그랬다.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올 시즌 치른 18경기에서 던진 1천668개의 공 중 시속 150㎞ 이상을 찍은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김광현 '한국 최고 좌완 자리를 내 것!' |
2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은 김광현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희대의 라이벌로 꼽히는 류현진과 생애 첫 선발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광현은 경기 3일 전 "전성기가 지난 만큼 부담을 덜고 편안하게 던지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경기 시작 전부터 방송 카메라가 몸 푸는 모습을 찍는 등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더라"라며 "(류)현진 형과 선발 맞대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류현진을 꼭 이기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일종의 낭만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 치열한 투수전을 펼쳐서 최고의 경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계획은 1회초에 틀어졌다.
SSG 타선이 류현진을 난타하며 대거 5점을 뽑았고, 류현진은 2회초 수비 때 교체되며 조기 강판했다.
마운드엔 김광현 홀로 남아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강판했으나 김광현은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마치 몸이 박살 나도 좋다는 듯 전성기 모습처럼 이를 악물었다.
김광현 '위기 탈출을 위해' |
5-0으로 앞선 2회말 1사에서 김태연에게 3구째 던진 몸쪽 직구 구속은 시속 150㎞가 찍혔다.
지난해 4월 10일 키움전 이후 무려 472일, 약 1년 3개월 만에 던진 150㎞ 강속구였다.
1천개가 넘는 공을 던지도록 나오지 않던 숫자 '150'이 라이벌전에서 나왔다.
김광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각오로 이날 경기에 등판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고, 힘이 빠진 6회에 4연속 안타를 허용해 첫 실점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노시환을 병살, 채은성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6회를 마무리했다.
임무를 마친 김광현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관중들의 함성을 끌어올렸다.
이날 SSG는 김광현의 6이닝 2실점 역투를 발판 삼아 9-3으로 승리했다.
류현진과의 첫 맞대결 승리 거둔 김광현 |
경기 후 만난 김광현은 "1회 최정 형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팀 타선이 많은 점수를 내지 못했기에 오늘 경기에선 딱 1점만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1회부터 대량 득점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현진이 형이 조기 강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 두 명 모두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번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구 최고 시속 150㎞를 찍었다는 말에 "거짓말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올해 150㎞ 구속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지난달 어깨 뭉침 현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있는데, 당시 팔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과정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면서 좋은 공을 많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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