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주장 완장 차고 63분 고별전
동료들과 인사한 뒤 참았던 눈물 흘려
전날 토트넘 10년 동행 마침표 발표
외신 “SON은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
美 LAFC행 유력…리그 연봉 톱3 전망
손흥민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되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관중에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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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처음엔 누구도 손흥민을 잘 몰랐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전설로 떠난다.”(미키 아자르 BBC 인터뷰)
‘캡틴’ 손흥민의 라스트댄스는 한바탕 축제였다.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 고별전이었지만, 팬들의 함성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었다.
63분 간의 라스트 댄스. 동료 선수, 스태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손흥민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6만 4000명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가 10년간 안겨준 행복한 선물에 진심으로 화답했다.
손흥민이 고국팬들 앞에서 7번이 새겨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과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주장 완장을 차고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까지 63분을 뛰었다.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브레넌 존슨이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쳐 분위기를 띄웠다. 손흥민은 활짝 웃으며 존슨을 힘껏 끌어 안았다.
토트넘 동료들은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를 안기려 애썼다. 손흥민은 열심히 왼쪽을 누비며 기회를 모색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덴 실패했다. 전반 36분엔 골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슛을 날려봤지만 수비를 맞고 나왔다.
후반 18분.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 들였다. 활짝 웃으며 토트넘 동료, 뉴캐슬 선수들과 인사하던 손흥민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 양팀 선수들은 토트넘 레전드를 예우하듯 일렬로 도열해 손흥민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라운드를 나서 벤치에서 코치진과 스태프와 인사하던 손흥민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뉴캐슬의 하비 반스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는 1-1로 가리지 못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의 뜨거운 박수에 화답했다. 이어 토트넘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은 손흥민은 다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다.
손흥민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브래넌 존슨의 골 세리머니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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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끌어 안으며 작별을 아쉬워하는 토트넘과 뉴캐슬 선수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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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 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의 수많은 이적설에 직접 종지부를 찍었다.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이룰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것이 컸다.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고, 새로운 동기를 통해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고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독일 무대에서 프로 데뷔해 활약하다가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에 진출한 손흥민은 10년간 뛰어난 활약과 헌신적인 플레이로 소속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잡았다.
손흥민은 천부적인 스피드와 성실하게 갈고 닦은 양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아시아 선수에겐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유럽축구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었다.
2015-201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공식전 454경기를 뛰면서 EPL 127골, 국내 컵대회 19골, 유럽클럽대항전 27골을 넣고 도움은 101개를 올렸다.
2021-2022시즌엔 EPL 23골을 쏟아내며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23골)와 아시아 최초의 득점왕에 올랐다.
토트넘 역대 최다 골 부문에서 해리 케인(뮌헨·280골), 지미 그리브스(268골), 보비 스미스(208골), 마친 치버스(174골)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무관’의 한도 풀었다.
손흥민의 이적에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현대 토트넘의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가 현세대 토트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매체는 “해리 케인의 많은 골이 손흥민의 어시스트에서 비롯된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통계가 말해주듯 손흥민은 EPL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트라이커 파트너십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이 모든 것에 더해 라이벌 팬들조차 반박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까지, 손흥민은 단순히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닌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케빈 비머, 미키 아자르 등 전 토트넘 선수들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대에 한 팀에서 10년을 뛴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토트넘에서 또다른 쏘니(손흥민의 애칭)를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손흥민이 처음 왔을 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나 10년이 지나 그는 전설이 되어 떠난다. 손흥민은 영원히 숭배받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이 2일 쿠팡플레이 시리즈 공식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결별을 발표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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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10년 전 팀에 처음 왔을 땐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 남자가 되어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고향 같은 팀을 떠나는 게 어렵지만 멋지게 작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차기 행선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힌트를 하나 남겼다. 바로 내년 열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가 중요한 고려 기준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컸다”면서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LAFC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떠올랐다. 내년 월드컵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만큼 대부분의 경기가 치러질 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3일 “LAFC와 손흥민의 개인 조건에 대한 합의가 거의 완료됐다. 손흥민은 이미 LAFC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현재 MLS 연봉 3순위인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마이애미)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부스케츠의 연봉은 870만달러(약 120억원)다.
손흥민이 이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040만달러·마이애미), 로렌초 인시녜(1540만달러·토론토)에 이어 MLS 연봉 3위에 오르게 된다. 인시녜는 올여름을 끝으로 토론토와 계약이 끝났기에 손흥민은 사실상 2위가 될 수 있다.
손흥민 영입에 성공할 경우 팀 전력 강화는 물론 약 32만명의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인 사회는 벌써부터 손흥민과 메시가 그라운드에서 맞대결하는 상상을 하며 들썩이고 있다.
손흥민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후반 드리블하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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