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신태용 전 감독(오른쪽)과 손흥민이 6월28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한국의 2-0 승리 확정 뒤 서로 끌어안고 있다. 카잔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여곡절 끝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아 23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는 “오늘날 축구는 결과만을 따진다”고 했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만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곳도 없다. 특히 그는 육성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성적을 내기 위해 온 성인 대표팀 감독이다. 보란듯 실력을 발휘하면 부임 초기부터 그의 뒤를 엄습하고 있는 불신의 그림자도 조금씩 사라질 것으로 본다.
벤투 감독이 오면서 한국 축구는 새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움도 있다. 불과 2~3달 전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고 러시아 월드컵에 뛰어든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이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팀에 남긴 마지막 흔적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지난 17일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이 벤투 감독 선임 발표에 앞서 10분간 진행했던 여러 지적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간단하게 압축하면 “높은 평가, 좋은 경기, 많은 공감, 그러나…”였다.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신 감독을 평가한 뒤 만장일치로 그를 차기 대표팀 감독직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선임위의 역할이 바로 그 것이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임위를 포함해 협회가 신 감독을 매끄럽게 떠나보냈는지는 모르겠다. ‘지도자 신태용’은 단순히 러시아 월드컵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 아니다. 결과를 떠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신창이가 된 한국 축구의 각급 대표팀을 맡아 지난 4년간 이렇게 저렇게 일했던 인물이다. 브라질 월드컵 직후엔 A매치 감독대행을 맡아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기반을 마련했고 이광종, 안익수 두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올림픽대표팀과 U-20 대표팀 소방수로 나섰다. 100점은 아니어도 80점 정도는 받을 만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아쉽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2연패의 수렁에 빠진 대표팀을 다독여 독일전 승리를 지휘한 공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지휘 아래 손흥민이 살아났고 그가 발굴하고 중용한 황희찬, 김민재(이상 올림픽대표팀), 이진현(U-20 대표팀), 조현우, 문선민(국가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에너지로 거듭났다. 한국형 4-4-2 전술의 발견도 소득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