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것이 통합우승 4연패에서 나오는 바이브’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항공, 안방에서 셧아웃 승리로 ‘기사회생’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리뷰]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것이 통합우승 4연패, 이른바 ‘우승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인 것일까. 남자 프로배구 플레이오프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항공이 이틀 만에 완벽한 경기력으로 재무장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3전 2승제) 2차전에서 이틀 전 1차전과는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이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팀은 30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결정된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은 지난 26일 의정부 원정에서 열린 PO 1차전 세트 스코어 1-3 패배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 당시 1,2세트를 내준 뒤 선수 기용의 변화를 주며 3세트를 따냈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을 당시 3세트와 동일하게 맞췄다.

가장 중요한 자리인 세터는 대한항공의 상징이자 주장인 한선수 대신 유광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아웃사이드 히터도 정지석의 파트너로 베테랑 곽승석 대신 4년차 정한용을 기용했다. 미들 블로커 김민재의 짝궁으로 1차전 1,2세트에 뛰었던 베테랑 김규민 대신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2m5의 신장이 돋보이는 최준혁을 내세웠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패배에서 희망을 발견한 대한항공의 경기력은 놀라웠다. 1세트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사실상 1세트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에서 토종 에이스 정지석의 서브가 5번이나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정한용이 상대 주포인 비예나(스페인)의 공격을 가로막아내고,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공격 범실을 유도하며 5-1로 달아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반면 2021~2022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봄 배구에 복귀해 1차전을 잡으며 세 시즌 만의 챔프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은 KB손해보험의 경기력은 확 떨어진 모습이었다. 경기 전 레오나르도 아폰소(브라질) 감독은 이날 승부의 키로 평정심과 밸런스 유지를 꼽았지만, 그 두 가지가 전혀 되지 않았다. 1세트에만 무려 11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그중 서브 범실이 7개였다. 강서브가 대한항공 코트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대한항공의 리시브 효율은 45.45%까지 나왔다. 현역 세터 중 테크닉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다양한 세트 플레이 활용에 일가견이 있는 유광우에게 40%가 훌쩍 넘는 리시브 효율이 주어지자 다양한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흔들었다. 러셀이 1세트에만 블로킹 1개 포함 75%의 공격 성공률로 7점을 몰아쳤다.

반면 대한항공은 서브 범실 단 3개만 범하며 강서브가 고스란히 KB손해보험 코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KB손해보험의 1세트 리시브 효율은 13.64%까지 떨어졌다. 1차전에서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한선수, 유광우 등 대선배 세터들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던 황택의지만, 이 리시브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KB손해보험 공격진의 에이스인 비예나는 1세트에 4점, 범실 5개, 피블로킹 2개로 득실 마진이 –3이었고, 공격 효율도 11.11%에 그쳤다.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는 KB손해보험의 1세트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세트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세트 초반 대한항공의 2-1 리드 상황에서 정한용이 비예나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며 그의 예봉을 꺾었다. 6-3에서 러셀의 서브득점이 터져나오면서 2세트 역시도 세트 초반에 승기를 잡은 대한항공은 리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2세트도 쉽게 잡아냈다. 다만 KB손해보험은 19-24로 뒤진 상황에서 비예나의 서브가 연속으로 4개가 들어갔다. 정한용과 러셀의 공격을 가로막고, 비예나의 백어택이 터지며 22-24까지 따라붙었지만, 러셀의 백어택이 KB손해보험 코트에 꽂히며 2세트도 대한항공의 승리로 끝났다.

3세트는 1,2세트와는 경기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 완패의 위기에 몰린 KB손해보험이 힘을 내면서 시소게임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이날 대한항공은 승부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10-10에서 리시브가 다소 짧은 것을 유광우가 기술적인 토스로 최준혁의 속공을 만들어내며 11-10으로 균형을 깬 뒤 러셀의 서브가 KB손해보험 코트에 제대로 꽂히면서 12-10으로 달아났다. 이어 러셀의 백어택과 서브득점이 또 한번 터져나오며 14-10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대한항공은 세트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리드를 이어갔지만, 22-20에서 정지석의 공격이 비예나에게 가로막히면서 한 점 차로 추격당했다. 위기의 순간, 유광우의 강심장이 빛을 발했다. 다소 짧은 리시브를 김민재의 B속공으로 연결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이어 러셀이 터치아웃을 유도하는 밀어넣기를 성공시키며 24-21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24-22에서 러셀의 퀵오픈이 KB손해보험 코트에 꽂히면서 대한항공의 완벽한 승리를 마무리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팀 공격 성공률 56.52-46.42% 우위를 비롯해 팀 블로킹 10-9, 팀 서브 득점 5-1까지 모든 면에서 KB손해보험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심지어 범실마저도 13-21로 더 적었다. 대한항공은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였고, KB손해보험은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던 셈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승 청부사’ 러셀이 61.54%의 공격 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점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정한용이 블로킹 3개 포함 10점으로 뒤를 받쳤다. 정지석도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며 8점을 보탰다. 김민재, 최준혁의 미들 블로커 라인도 9점, 4점으로 화력에 힘을 보탰다. 1차전 KB손해보험이 보여줬던 배구를 2차전에선 대한항공이 재현한 셈이다. 반면 KB손해보험은 나경복이 60.87%의 공격 성공률로 14점을 내며 분전했지만, 비예나가 범실 8개 포함 41.67%의 저조한 공격 성공률로 14점에 그치면서 화력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