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목)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살인자 리포트' 정성일 "뺏기기 싫었습니다"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살인자 리포트 정성일 / 사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소니픽쳐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쉽지 않았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 '살인자 리포트'로 다시 한번 연기 내공을 입증한 정성일이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제작 위드에이스튜디오)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성일은 극 중 11명을 잔인하게 살인한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전문의 영훈 역을 맡았다. 호텔 스위트룸이란 밀실 공간에서 선주 역의 조여정과 107분 동안 극을 이끈다.

    정성일은 "너무 취향이었다. 스릴러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특히 작품을 제안받으면 대본을 끝까지 볼 수 있냐를 기준에 둔다. 역할보다 책 전체를 보는 편인 거다. 그런 기준에서 '살인자 리포트'는 개인적인 취향과 맞았고, 뒤가 궁금해서 한 번에 읽었던 책이었다. 너무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다른 배우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빠른 답변을 주고 감독님을 만났다. 그다음에 영훈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쌓였다. 걱정도 됐지만, 그 고민이 재밌었다. 배우는 숙제를 받고 해결해 나가는 입장이지 않나. 그러면에서 영훈은 고민을 던져주는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정성일은 그 말처럼 살인자, 정신과전문의라는 윤리적 충돌 속에서 영훈이란 캐릭터를 설득시켜야 했다. 정성일은 "사실 공감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살인이라는 건, 제 삶에 없었던 부분이고 앞으로도 없을 부분이다 보니까. 대신 시작점에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생각으로 몰입해서 출발했던 것 같다. 공감은 안되더라도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성일은 "쉽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내 환자로 두고, 기싸움에서 이 사람을 설득하고 끌어올 수 있는 방법적인 것,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조여정 배우가 아니었으면 또 다른 영훈이 나왔을 거다. 조여정이 만든 선주라는 캐릭터 덕분에 강하게 갈 수 있고, 여유가 있었던 부분이 생겼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쌓였던 것 같다. 재밌었던 작업이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조여정과 107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열연을 펼친 정성일이다. 마치 연극처럼, 체스판 위에 놓인 두 사람의 기싸움과 진실싸움은 몰입도 최고조로 이끈다.

    정성일은 "계산적인 부분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눈앞에 놓여있는 백선주 기자를 어떻게 핸들링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을 얼마나 몰아붙일 수 있느냐였다가 중요했다"며 "영훈으로서는 초반에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조여정은 살인자를 인터뷰해야 하는 기자 선주로서 이마를 찡그릴 수밖에 없다. 영훈으로서도 그런 것을 보며 오히려 즐겨야 했다. 저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웃었다.

    다만 영훈의 살인을 미화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전제가 있었다고 한다. 정성일은 "다크히어로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게 명확한 전제였다. 미화될 수 없는 캐릭터다. 법을 어긴 거고, 사적제재라는 것이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살인자가 미화가 되면 안 된다, 다크히어로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게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까지 떠오르게 하고 싶었다. 사적제재라는 단어 자체가 나온 것도 그것 자체가 '왜 이 사회에 나왔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 해봤으면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도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다는 비하인드도 얘기했다. 정성일은 "선주가 '그런 선생님은 괜찮으세요?'라는 대사를 한다"며 "버전을 여러 가지 찍었다. 선택을 하는 버전도 찍었는데, 그게 어느 것도 표현되지 않은 것에서 영화를 마무리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러닝타임 때문에 편집이 돼 아쉬운 것도 있다. 이 영화가 잘 되면 감독판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어 했던 색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성일은 다수 연극 무대과 영화 조연으로 연기 내공을 다져왔다. 지난 2022년 공개된 '더 글로리'에서는 '예솔이 아빠' 하도영 역으로 글로벌 사랑을 받게 됐다. 이후 '트리거' '전, 란' 등 다양한 작품으로 스펙트럼을 입증 중이다.

    '살인자 리포트'는 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기도 하다. 정성일은 이에 대해 "부담감 크다.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것 같다. 주연작이라는 것을 떠나서, 모두가 즐겁게 만든 결과물이라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 좋겠다"며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숙제다. '더 글로리' 이후로 잘 된 것 없지만 저 때문에 안 된 것도 없지 않나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살아왔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뭔가 큰 변화는 없어요. 지금 같은 속도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죠. 급하지는 않게 쓰임 받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천천히. 덤덤하게 가고자 합니다. 좀 더 바른 길로 좀 더 오래가고 싶다는 욕심이에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