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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 고생했어요" 해리 케인, SON 이어 '英 축구계 대표 앙숙'에게 대인배 헌사...4년 앙금 털고 "토트넘 변혁 이끈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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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스트라이커로서 기량뿐 아니라 '인성'도 월드클래스다.

    해리 케인은 1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미티치 스타디온에서 치른 세르비아와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K조 원정 5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니엘 레비 전 토트넘 홋스퍼 회장 사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정말 놀랐다" 말문을 연 케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레비 회장 사퇴가) 현실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인과 레비는 21세기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상징적인 '미묘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구단 회장과 주장이라는 직책 이상의 관계였으며,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토트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시간이 지나며 신뢰와 긴장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양상'을 띠게 됐고 점차 무게중심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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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은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2010년대 스퍼스 육성 정책 성공의 상징이었다. 수많은 임대를 거쳐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 잡은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위협적인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리그에서만 213골을 넣어 한때 앨런 시어러의 통산 최다 골 기록(260골)을 위협할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았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주장이자 최전방 주축으로 성장했다. 이런 케인을 중심으로 구단 브랜드와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했던 인물이 바로 레비 전 회장이었다.

    레비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었다. 그의 철학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구단 자산 극대화’에 기반했다. 스타플레이어를 보호하고 장기 계약을 통해 구단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식은 경제적으론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종종 선수들의 커리어 욕구와 충돌하곤 했다. 케인과 레비의 관계도 바로 이 지점에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2020-2021시즌이 끝난 뒤 케인은 공개적으로 우승을 향한 갈망을 드러냈고, 실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이 거론되었다. 케인은 자신이 레비에게 구두로 이적 허용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레비는 이를 명확히 부인하거나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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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은 이 해 프리시즌 훈련 합류를 거부하는 등 무언의 반항을 감행했다. 이는 팬들과 관계에도 일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적은 무산되었고 케인은 풀시즌을 소화하며 다시금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였다.

    레비 입장에서 케인은 결코 쉽게 매각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토트넘 아이콘이자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성골'을 떠나보내는 것은 단지 전력의 손실이 아니라 구단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손실이기도 했다. 아울러 스퍼스가 우승 경쟁에 실질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케인 이적은 구단의 야망 부재를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신호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

    결국 2023년 여름, 케인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이적료를 통해 재정적 손해를 최소화했고, 케인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이적은 케인 커리어뿐 아니라 레비 회장의 운영 철학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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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자면 케인과 레비의 관계는 상호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각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점에서 균열이 생겼다. 레비는 철저한 사업가로서 케인을 '토트넘 핵심 자산'으로 보았고 케인은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관리하고 싶어 했다.

    이 두 개의 축이 끝내 공존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토트넘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시대를 대표한 인물이었단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의 관계는 현대축구에서 선수와 구단, 이상과 현실 사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케인은 그럼에도 레비를 향한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레비는 훌륭한 회장이었다. 토트넘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그의 재임 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정말로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빈다. 20년 넘게 스퍼스를 위해 고생하셨단 말을 건네고 싶다"며 이틀 전 '영혼의 단짝' 손흥민에 이어 헌사 배턴을 매끄러이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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