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손흥민(33)의 존재감은 미국 무대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레알 솔트레이크와 '리턴 매치'가 끝난 뒤 로스앤젤레스(LA) FC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을 단 두 단어로 설명했다.

“강렬함(intensity)과 우수함(quality)”을 두루 갖춘 치명적인 무기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LAFC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솔트레이크와 2025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4-1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14분 선제 실점을 내줘 끌려갔지만 손흥민과 데니스 부앙가 ‘쌍끌이 쇼’를 앞세워 리그 3연승을 내달렸다.

전반 추가시간 1분, 손흥민의 정밀한 크로스를 부앙가가 마무리해 스코어 균형이 회복됐다. 2분 뒤엔 손흥민이 직접 상대 골문을 갈라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었다.

전반을 2-1로 마친 LAFC는 후반에 부앙가가 2골을 더 보태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경기는 4-1로 끝났다.

초반 실점으로 불안했던 공기는 온데간데없이 홈 팬들은 “SON! 부앙가!”를 외치며 스탠드를 흔들었다.

이날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부앙가는 해트트릭으로 리그 22호골을 꽂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나란히 MLS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손흥민 역시 리그 합류 두 달 만에 6골 3도움을 쌓아 흠 잡을 데 없는 적응력을 증명했다.

특히 최근 3경기 연속골로 5골을 몰아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츠 출신다운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LAFC는 이날 진기록도 세웠다. MLS 역사상 최초로 한 팀이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14일 산호세전에서 부앙가가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18일 솔트레이크 원정에선 손흥민이 MLS 데뷔 첫 해트트릭을 신고했다.

그리고 22일 부앙가가 또다시 단일 경기 3골을 작성했다. MLS 30년 역사상 전무했던 기록이 바로 손흥민과 부앙가발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손흥민은 미국 무대 진출 후 단 7경기 만에 6골 3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경기는 단 2경기뿐이었다.

이 2경기마저도 페널티킥을 유도하거나 골대를 강타하는 등 사실상 득점에 준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본격적인 적응이 끝나자 손흥민은 다시금 ‘킬러 본능’을 폭발시키고 있다.

특히 부앙가와 호흡은 점점 ‘찰떡궁합’에 가까워지고 있다. 직전 경기에서는 부앙가가 손흥민 해트트릭을 위해 이타적인 패스를 내줬고 이번 경기에선 손흥민이 부앙가 선제골을 돕는 등 서로의 득점을 만들어주는 흐름이다.

EPL 시절 해리 케인과 ‘손케 듀오’로 47골을 합작한 손흥민은 이제 MLS에서 부앙가와 ‘흥부 듀오’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팬들은 “미국판 손케”라며 환호한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나온 체룬돌로 감독은 결성 47일째를 맞은 소속팀 듀엣을 극찬했다.

LAFC 사령탑은 “두 공격수가 지금처럼 다득점해주면 팀 전체가 살아난다. (공격진이) 손흥민과 부앙가처럼 마무리해준다면 수비수는 100분을 뛰어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에 대해 “아주 단순하게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강렬함과 우수함이다. 최고의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가 이 두 가지를 (아울러) 보여주는데 손흥민은 이를 완벽하게 갖춘 선수다. 그는 팀뿐만 아니라 MLS 전체에 강렬한 우수성을 가져다줬다”고 강조했다.

부앙가 역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이번 해트트릭으로 리그 22호 골을 기록, 3시즌 연속 20골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2023년 20골, 2024년 21골에 이어 올 시즌 22골까지 터뜨린 그는 ‘MLS 최강 스트라이커’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이 가세한 뒤 득점력이 더 폭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자 부앙가는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손흥민 역시 득점과 도움을 동시에 쌓고 있다.

LAFC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목표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MLS컵 정상 복귀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지금 같은 기세를 유지한다면 트로피 탈환 시나리오 설득력은 증가하고 장르 또한 리얼리즘으로 각색될 확률이 치솟는다.

홈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 뜨겁게 반응했다. BMO 스타디움 곳곳에서 “캡틴 손! 부앙가!”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현지 언론 역시 “MLS에 새로운 슈퍼 콤비가 등장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MLS는 지금 손흥민과 부앙가가 주도하는 새 조류를 경황없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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