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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은중과 상연' 박지현, 은중에게 "나도 사랑해"라고 꼭 하고 싶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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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데이

    은중과 상연 박지현 /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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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박지현은 '은중과 상연'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관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상연의 20대부터 40대까지를 연기하며 가치관의 변화도 겪었다. 그에게 상연은 배우 커리어에서 중요한 역할로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박지현이 상연으로 열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극본 송혜진·연출 조영민)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지현은 종영 소감으로 "인맥이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어서 저는 고은 선배나 감독님들 통해 연락을 많이 받았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감개무량하다. 사실 제 연기에 대한 좋은 칭찬을 들을 때마다 '사실 이게 제가 다 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되게 감사한 마음 한편 고은 언니한테도 되게 감사하고 감독님, 또 함께했던 모든 스태프들께도… 무슨 수상 소감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감사하다. 저도 영화, 드라마, 시리즈를 많이 보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좀 자극적이고 화려한 액션물보다는 서정적이고 잔잔한, 인간의 어떤 감정을 다루는 소재에 대해서 갈증이 조금 있었던 시기였다. 이 작품을 딱 받았을 때 정말 잘 만들어서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행스럽게도 작품이 공개됐을 때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극 중 상연은 상처도 많고 가시도 있는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묻자 "저는 상연이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셨을 때 '쟤 왜 저래' 하는 캐릭터들을 좀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어떠한 인물이든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은 없다는 주관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하물며 범죄자일지언정 그 사람에게는 그 행위가 유일한 탈출구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되지 않고서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행동의 정당성과 이유는 무조건 있다는 생각으로 그 캐릭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지만 그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어서 사실 상연이의 대본을 받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데'라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연기해 왔던 역할들보다 이해하기 훨씬 수월했던 이유는 유년 시절부터 죽음까지 이 모든 시간이 대본에 담겨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한순간만 연기를 해서 전후 서사를 저희가 상상하고 구축해야 했다. 그런데 상연은 전후 서사가 다 그려져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상상할 필요 없이 대본 그대로 결을 따라가면 됐다. 그래서 딱히 어려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제가 해석하기에는 큰 불편은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연과 은중은 친구 혹은 가족, 연인처럼 느껴지는 관계성을 보였다. 박지현은 "관계는 어떻게 명명하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는 본인의 주관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가족, 연인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명명하는 게 과연 중요할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봤을 때 어떤 한 관계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상연이에게는 엄마도 없고 오빠도 없고 배우자도 없고 연인도 없다. 은중이가 남아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런 관계를 정의 내리기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은중과 상연'은 조력사망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박지현은 "예전에는 죽음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되게 무섭고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언젠가 인간이 겪어야 할 과제이고 죽음을 잘 겪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조력사망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사회적, 윤리적, 법적으로 조금 터부시 돼 오는 주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정말 많이 공부했고, 상처받는 분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박지현은 건강이 악화된 상연을 표현하기 위해 물과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음식을 먹지 않으며 3주간 단식을 했다고 밝혔다. "몸은 되게 말라가는데 얼굴이 약간 누렇게 뜨면서 붓더라"라며 단식으로 인한 증상을 설명한 그는 "연구를 해보고 '얼굴은 붓되 몸은 말라야겠구나'란 생각을 해서 촬영 당일에 집이나 숙소에서 2~3시간 펑펑 울고 갔다. 40대 상연이는 죽음을 앞두고 굉장히 초연하고 덤덤해야 하는 캐릭터였지만 생각보다 눈물을 참는 게 어렵더라. 그래서 눈물을 좀 빼고 가야 현장에서 그런 역할을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작품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이야기했다. 그는 세트 마지막 촬영이 상연의 마지막 숨소리와 임종 장면이었다며 "밸브를 열고 나서 숨을 쉬는데 작품에 담기진 않았지만 상대 배우였던 고은 언니가 '상연아, 숨 쉬어. 고생했어 상연아, 사랑해'라는 말을 했다. 눈은 감기고 목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데 은중이의 말 소리는 계속 들리고. '상연아, 사랑해'라는 말을 마지막에 들었는데 그때 '나도 사랑해'라고 너무 답하고 싶은 거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던 상연이었기에 그 말의 울림은 더욱 컸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에게는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박지현은 "고은 언니도 본인만의 힘듦과 아픔이 있었을 텐데 현장에서는 그 생각을 못 하고 '고은 언니는 잘 하는 사람이니까'란 생각에 이것저것 다 던져본 것 같다"며 "그래도 언니는 '괜찮아', '이건 아니야' 하면서 다 인내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상연을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적인 호평을 들을 때마다 고은 언니한테 미안하다. 최근에 고은 언니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고은 언니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상연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이건 호흡이라고 할 것 없이 일방적으로 언니가 다 받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지현은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역할과의 분리가 되게 잘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레디 액션'과 '컷' 하는 순간부터 다시 밝게 돌아오려고 노력을 했다. 촬영을 마치고 쫑파티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러 해외로 나갔고, 못 먹었던 음식들도 마음껏 먹고 또 바쁘게 영화 홍보를 하고 촬영도 하고 지냈는데 어느 순간 제 가치관이 변해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생각보다 작품과 역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구나'를 느껴서 분리하는 법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을 깨우치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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