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목)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혼문·김밥·차기작… '케데헌' 아덴 조가 전한 진짜 이야기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어 발음과 김밥 먹는 소리까지… 애니메이션 연기에 쏟은 땀
    H.O.T.에서 에스파까지, 케이팝 팬심이 만든 특별한 영감
    차기작은 한국 감독과의 케이팝 영화


    한국일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루미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아덴조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넷플릭스, 아덴조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넷플릭스 차트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는 이 작품에서 루미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 긴장했지만, 한국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은 그녀에게 큰 보람으로 남았다.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국적 호흡과 문화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이 소중하다”며 루미를 연기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목소리 연기로 새로운 도전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영어로 제작된 미국 애니메이션임에도 한국의 호흡과 문화가 깊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죠. 진우의 매너나 말투에도 영어 속에 한국적인 톤이 배어 있었어요. 저희 배우들도 ‘어떻게 하면 영어 대사인데도 한국 사람들이 듣기에 한국어처럼 들릴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어 녹음은 그녀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저는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 ‘혼문’ 같은 단어는 발음하기도 어려웠죠. 그런데 감독님은 우리를 봐주지 않았어요. 철저히 완벽을 요구했어요. 덕분에 한국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고, 그 결과 한국 관객들이 인정해주고 좋아해 주신 게 정말 감사했어요.”

    한국일보

    아덴조는 배우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아덴조 SNS


    케이팝 팬 그리고 오디션


    아덴 조는 자신이 오랜 케이팝 팬임을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H.O.T., 터보, 핑클, S.E.S를 좋아했어요. 영화 속에도 잠깐 옛날 가수들이 등장하죠. 또 트와이스, 에스파, 소녀시대 등 요즘 아티스트들에게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케이팝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오히려 부담도 컸어요. ‘이 에너지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늘 있었거든요.”

    배우로서 많은 경력을 갖고 있는 그임에도, 루미는 오디션을 통해 얻게 된 역할이었다.

    “배우 생활을 10년 넘게 했지만 이번 작품은 꼭 오디션을 보고 싶었어요. 대본을 읽자마자 ‘이건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 PD, 넷플릭스 등 여러 의사결정권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오디션을 보는 게 더 공정하고 편했습니다. 큰 프로젝트인 만큼 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오디션을 ‘안전장치’라고 표현했다.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해서, 혹은 PD가 좋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가 오케이해야 했어요. 그래서 오디션은 오히려 편했어요. 열심히 하면, 결과에 대해 누구도 의심할 수 없으니까요.”

    낯설지만 즐거웠던 애니메이션 연기


    이번 작품은 그녀의 첫 애니메이션 더빙이었다.

    “처음엔 혼자 녹음하는 게 너무 어색하고 창피했어요. 다들 지켜보는데 목소리 연기만 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즐거워졌습니다. 헤어·메이크업도 필요 없고, 편한 옷차림으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정말 꿈같았어요. 애니메이션이 발전해가는 과정을 세션마다 확인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죠. 마지막 녹음을 마쳤을 때는 ‘한 번 더 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어요.”

    녹음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루미가 김밥을 먹는 소리를 연기할 때였다.

    “감독님이 원하는 사운드가 명확했는데, 저로서는 해본 적 없는 소리였어요. 코믹하게 표현해야 했는데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죠. 또 진우와의 로맨틱한 장면들도 혼자 연기하다 보니 어색했습니다. 그림과 목소리, 감정의 호흡을 동시에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반대로 화내는 장면이나 코믹한 연기는 훨씬 즐겁고 자연스러웠습니다.”

    한국일보

    목소리 연기 호흡을 맞춘 유지영, 메이홍, 아덴조. 아덴조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세 사람이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며 즐거운 영상들을 게시했다. 아덴조 SNS


    한국 문화를 전하는 기쁨


    아덴 조는 촬영 내내 한국 문화를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즐겼다.

    “미국에서 촬영할 때도 늘 스태프들을 한국 음식점에 데리고 갔어요. 삼겹살, 갈비찜, 잡채, 치킨, 치맥까지… 처음엔 낯설어하던 친구들이 점점 좋아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했어요. 한국 문화를 부끄러움 없이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게 즐거웠습니다.”

    특히 한의원 장면은 개인적인 기억과 맞닿아 있었다.

    “저도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엄마가 자주 한약을 먹이곤 했거든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목욕탕 장면 역시 영어 대사였지만 한국적인 ‘필’이 살아 있었죠. 그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참 재미있고 특별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아덴 조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K팝 세계의 경쟁과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퍼펙트 걸(PERFECT GIRL)’에는 아덴조와 배우 겸 모델 아델린 루돌프, 전소미 등이 출연한다.

    “다음 작품은 한국 감독님과 함께하는 할리우드 영화예요. 케이팝을 배경으로 여성들의 심리적 여정을 다룬 작품인데, 미국에서도 대본으로 많은 상을 받은 아주 멋진 이야기예요. 한국의 자부심을 담아 전 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