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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돌아온 LPGA…엄마 골퍼 힘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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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최운정이 12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 연습 그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통해 2년2개월 만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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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7년 차 골퍼 최운정(35)이 2년2개월 만에 돌아온다. 무대는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다. 이제는 19개월 된 아들의 엄마가 된 그는 육아를 하면서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길을 선택하고 티박스에 섰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최운정은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2년을 쉰 만큼 걱정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월 말 열린 골프존 차이나오픈에 나서기도 했던 그는 오는 16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2015년 마라톤클래식에서 우승해 투어 통산 1승을 기록 중인 그는 2023년 8월 에비앙 챔피언십을 끝으로 LPGA에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지난해 3월 아들을 낳아 한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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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운정과 아들 차시헌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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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운정은 "아이를 낳고서 '내가 정말 운동에 집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많이 했다"면서 "그러다 가족이 많이 응원해줬다. 특히 '가장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출산·육아 관련 복지 정책이 잘 갖춰진 LPGA 투어 환경도 최운정의 복귀에 큰 힘이 됐다. 그는 "LPGA는 출산 직후 2년간 육아휴직이 주어진다. 휴직하고서도 출전권을 그대로 지켜준다"며 "2년이라는 충분한 시간 속에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일상에서 아이가 주는 힘으로 프로골퍼로서 다시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복귀를 준비하기는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출산과 동시에 육아를 하면서 언제 복귀할지에 대한 생각은 한동안 전혀 안 했다"며 "그러다 달리기부터 시작해서 투어 활동 중에 해보지 못했던 요가, 필라테스, 수영 등 운동을 틈틈이 많이 했다. 그러고 골프를 다시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휴식기를 통해 골프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최운정은 "예전엔 샷 거리를 늘리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복귀를 준비하면서는 똑바로 치는 내 장점을 도드라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그러면서 내 플레이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긍정의 힘'도 복귀 준비에 좋은 동력이 됐다. 최운정은 "걸음마를 떼는 아이에게 '넘어져도 괜찮아'라고 얘기하듯이 육아를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며 "골프를 하면서도 스스로 플레이가 아쉬울 때 화가 좀 덜 나고 긍정적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운정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통해 복귀한다고 하자 국내는 물론 해외 동료 골퍼들에게도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많은 동료에게 귀감이 되는 골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2부 투어에서 시작해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2014년과 2015년에는 LPGA 31개 전 대회에 출전했고 대회마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2014년에는 동료들의 투표를 통해 LPGA 투어의 '모범선수상' 격인 윌리엄 앤드 마우시 파월상을 한국 선수 최초로 받았다.

    그는 투어 내에서 'K컬처' 전도사 역할도 맡았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 LPGA 대회가 열릴 때 동료뿐 아니라 투어 사무국 직원까지 챙겨 갈비, 불고기, 잡채 등 한국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를 직접 열었다. 모두 성실함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최운정은 "외국 선수들이 한국 문화를 생소하게 여기던 시절부터 꾸준하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소규모로도 한국 음식을 찾는 선수들이 늘었다"면서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에서 다양하게 역할을 해온 만큼 나름대로 자부심이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박주영, 안선주가 '엄마 골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출산 후 필드를 활발하게 누비는 여자 골퍼가 많진 않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희영이 엄마 골퍼로 활동하다 지난 6월 은퇴했다. 결혼하고 출산하면 경력이 끊기는 게 대다수인 여자 골프계 현실 속에서 최운정은 의미 있는 도전을 선택했다. 최운정은 "결혼하고 출산하고 나서도 프로 무대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다른 선수들도 '저렇게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좀 더 오래 투어에 남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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