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설치법은 1·2심에 별도 전담재판부를 두며 사법 절차 전반을 뒤흔드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들 중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성과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외부 기관이 판사 선정에 개입하는 길이 열리면 정치권 압력에 재판부 구성이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행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핵심은 3심제와 함께 '무작위 배당'이라는 공정성 보장이다. 특정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사실상 지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명백히 위헌 소지가 있다. 애초 정치 권력이 사법부의 재판을 설계하려는 발상 자체가 반(反)헌법적이기도 하다.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 왜곡죄 역시 법관이나 검사의 판단을 형사처벌 요건으로 삼으면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 전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법조계 원로들도 "법치주의를 훼손할 위험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법 강행은 사법부 파괴와 정치 혼란을 불러올 게 뻔하다. 민주당이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 위헌 논란이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당내 의견 수렴 이후 법안 추진이 수순일 텐데 거꾸로 됐다. 설사 입법화됐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내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정략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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