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33, 리버풀)가 흔들리고 있다. 재계약 발표 직후 찾아온 급격한 하락세, 왕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리버풀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전 4연패에 빠졌고, 개막 5연승을 달리던 초반 기세는 순식간에 꺾였다. 승점은 4위까지 추락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경기 2분 만에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코디 각포가 맨유 골문을 세 차례나 강타했으나 불운이 겹쳤다. 후반 33분 각포가 동점골을 넣으며 희망을 살렸지만, 6분 뒤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 한 방에 무너졌다.
문제는 경기 내용보다 상징이었다. 리버풀의 상징이자 ‘신뢰의 얼굴’이던 살라가 또다시 침묵했다. 이번에도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 후반 20분 골문 앞에서 절호의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며 허공을 갈랐다. 퍼스트 터치, 방향 전환, 슈팅까지 모든 것이 어설펐다.
아르네 슬롯 감독은 여전히 그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33세의 살라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주며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술적 자유를 줬다. 그러나 정작 그가 공격에서 존재감을 잃으면서 팀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결국 살라는 후반 40분, 교체 카드로 불려나왔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가혹했다. ‘스탠다드’는 “최근 4경기 연속 침묵한 살라의 또 다른 조용한 경기였다”며 평점 4점을 부여했다. ‘미러’는 “한때 맨유의 악몽이던 살라가 이제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며 5점을, ‘골닷컴’은 “8야드 거리에서 찬스를 날린 살라의 침묵은 충격적”이라고 혹평했다.
문제는 이 부진이 단발성 슬럼프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그 8경기 2골 2도움. 이 중 한 골은 페널티킥이다. 필드골이 무려 7경기째 없다. 이는 2017년 리버풀 입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시즌 29골 18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은 그였기에 충격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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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살라 중심 전술의 부작용을 톡톡히 겪고 있다. 수비 부담을 덜어줬지만 공격 생산력도 사라졌다. 리버풀의 4연패는 단순한 수비 불안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심장인 살라가 식었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는 “살라는 이제 모든 경기를 소화할 단계가 아니다. 그의 이름이 무조건 선발 명단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프랑크푸르트와 브렌트포드 원정에서 그를 쉬게 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살라와 늘 비교되던 동갑내기 손흥민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7년 무관의 한을 끝냈다. 그는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MLS LAFC로 이적했다.
손흥민은 떠난 뒤에도 여전히 ‘레전드’로 추앙받고 있다. 최근 토트넘이 구단 전설들의 동상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팬들은 “손흥민의 동상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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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살라는 리버풀 잔류 계약 직후 부진에 빠지며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여전히 리버풀의 상징이지만,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살라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다. 다시 뛰어오르거나, 스스로 몰락을 받아들이는 것. 왕좌는 여전히 안필드에 있지만, 이제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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