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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입성한 지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아 MLS 얼굴로 자리 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수많은 기록을 세우고 토트넘 주장을 맡으며 유럽 정상 무대를 경험한 손흥민이 이제는 미국 땅에서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방의 프리킥으로 충분했다.
로스앤젤레스(LA) FC는 지난 8월 24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FC댈러스를 상대한 원정 경기에서 전반 6분 만에 프리킥 기회를 쥐었다. 페널티 아크 왼쪽, 골문과 약 23미터 거리.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특유의 짧은 호흡을 가다듬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공은 벽을 넘자마자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닿을 수 없었다. 공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경기장은 정적에 휩싸였다가 곧 폭발했다. MLS 중계진은 “이건 단순한 데뷔골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라 외쳤고 그날 이후 손흥민은 단숨에 미국 전역을 달궜다.
그 골이 결국 2025년 MLS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MLS 사무국이 28일 발표한 결과, 손흥민 프리킥 득점은 팬 투표에서 43.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리오넬 메시(22.5%, 인터 마이애미)를 두 배 가까운 표 차로 따돌린 결과였다.
아시아 선수로는 MLS 29년 역사상 첫 수상이자 LAFC 구단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기록이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MLS 팬들이 올해 가장 기억할 장면은 손흥민 프리킥 데뷔골이었다”며 “이제 MLS는 유럽 스타를 따라가는 리그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콘을 만들어내는 무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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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0경기 동안 9골 3도움, 경기당 평균 1.2개의 공격 포인트를 쌓아 팀 공격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경기마다 다른 전술 환경에서도 부드러이 리듬을 맞춰가는 유연성은 MLS 관계자조차 놀라게 했다. LAFC는 그가 합류한 이후 리그 서부 콘퍼런스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 뒤에 있었다. MLS는 유럽과 달리 아직 ‘축구’가 메인 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한 시장이다. 미식축구와 농구, 야구 등 대형 프로스포츠 그림자 속에서 MLS는 늘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했다. 그런 전장에 손흥민이 나타났다. 잉글랜드에서 10년을 보낸 그가 미국행을 선택했을 때 일각에선 '은퇴를 앞둔 베테랑의 선택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단호히 말했다. “나는 놀러 온 게 아니다. 이 리그를 더 큰 무대로 만들기 위해 왔다.”
이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입은 뒤 리그 전체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내 주요 방송사가 LAFC 경기를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배치했고 경기 중계에는 ‘Son Cam’이란 별도 카메라가 생겼다. SNS에서는 경기 직후 그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니폼 판매량은 LAFC뿐 아니라 전체 스포츠 리그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LAFC 존 토링턴 단장은 “손흥민 입단은 그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 영입이 아니라 MLS 시장 지형을 바꾼 사건이었다” 평가했다.
LAFC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은 이제 출중한 한 명의 외국인 공격수가 아니다. 한국인 윙어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간다는 팬이 급증했다. 스타디움 입구엔 손흥민 이름이 새겨진 배너가 걸리고 어린 팬들은 한국어로 ‘손흥민 사랑해요’를 적은 플래카드를 흔든다. 인기를 넘어 문화적 교류 성격이 읽힌다. 다인종 국가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가 스포츠를 통해 하나의 상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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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의 결과를 그는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피치 위에서의 집중력과 타고난 리더십, 팀을 향한 헌신이 선수단 전반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이 출전한 경기에서 LAFC 승률은 70%가 넘는다. 반면 그가 빠졌을 때 팀 득점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숫자가 보여주는 차이는 명확했다.
물론 손흥민에게 남은 목표도 있다. 바로 신인상이다. MLS는 나이가 아닌 리그 첫해 영향력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걸출한 단기 임팩트로 손흥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경쟁자 중 한 명인 샌디에이고FC의 앤더스 드라이어가 34경기 19골 17도움을 올렸지만 전문가들은 “임팩트로만 따지면 손흥민이 압도적”이라 평가한다. 그는 이미 리그 흐름을 바꾼 선수다.
2018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37세 나이로 MLS 신인상을 수상할 때도 이유는 명확했다. '리그 중심을 흔든 선수'가 주요 근거였다. 손흥민이 바로 그 기준에 부합한다. MLS 창단 이후 260경기 만에 나온 구단 통산 500번째 득점까지 기록해 팀 역사에도 제 이름을 새겼다.
아울러 우승컵을 겨냥한다. 30일 오전 11시 30분, LAFC는 서부 6위 오스틴FC와 MLS컵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은 지난 8월 7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떠날 때는 카를로스 벨라(멕시코·은퇴)처럼 LAFC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 말했다.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한 시즌의 이야기가 우승으로 완성된다면 그 약속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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