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상대 선수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놓치면, 우리가 우승을 못 하는 것이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작은 차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하는 과정에서 뜬금 없이 손흥민의 지난 시즌 결정적 찬스 미스를 언급해 논란이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2025-2026시즌 리그에서 10경기 8승 1무 1패, 승점 25점으로 선두를 달리며 22년 만의 리그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2위 본머스(승점 18)와의 격차는 7점, 최근 흐름도 완벽하다.
그런데 아르테타는 팀의 상승세를 이야기하던 도중, 1년 반 전 라이벌 토트넘 손흥민을 굳이 다시 언급한 것이다.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결국 우승과 패배를 가르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우승을 달성하느냐 못 하느냐의 결정은 수많은 요인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상대팀 선수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넣으면 우리가 챔피언이 되는 것이고, 막히면 우승을 놓치게 된다"며 "부상, 판정, 내 실수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도 많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아르테타가 든 상대팀 선수의 일대일 상황 예시의 주체를 두고 "손흥민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아르테타는 "나는 여러 장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아르테타가 직접 언급을 피하긴 했지만 이는 손흥민이 2023-2024시즌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간 맞대결에서 맞은 결정적 기회를 떠올린 발언임이 분명하다.
해당 사건은 202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흥민이 놓친 결정적 일대일 찬스, 그 장면 하나가 프리미어리그 우승 향방을 바꾸었고, 아스널의 꿈을 무너뜨렸던 순간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리그 최종전 직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와 34라운드 순연 경기 중이었고,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은 사실상 토트넘의 경기 결과에 달려 있었다.
만약 토트넘이 맨시티와 비기기만 해도 아스널은 최종전까지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후반 막판 토트넘은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 손흥민이 맨시티 골키퍼 스테판 오르테가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이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맨시티가 한 골을 더 집어넣으며 토트넘은 0-2로 패했고, 결국 맨시티는 다음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시 아스널은 2점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손흥민은 경기 후 "나도 인간이다. 중요한 찬스를 놓친 책임은 나에게 있다. 팀은 열심히 했고, 좋은 결과를 얻으려 노력했다"라며 자책한 바 있다.
아르테타 감독이 시즌 초반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지금, 다시금 그 기억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아르테타는 2023-2024시즌이 끝난 뒤에도 "손흥민이 찬스를 놓쳤을 때, 내 아이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고 말하며 그날의 아픔을 회상한 바 있다.
아르테타가 과거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까지 우승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스널은 2003-2004시즌 아르센 벵거 감독의 역사적인 무패 우승 이후 무려 22년째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맨시티는 리그를 지배했고, 리버풀과 첼시도 차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아르테타는 부임 후 세 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서야 완성된 전력을 바탕으로 리그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 중이다.
9경기에서 단 3실점만 내주며 리그 최소실점 팀으로 자리 잡았고, 새 영입생인 빅토르 요케레스가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 지난 시즌 우승자인 리버풀 역시 최악의 부진을 맞이해 절호의 기회가 온 것처럼 보인다.
아르테타의 포부 역시 남다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나에게 있어 우승 경쟁은 프리시즌 첫날부터 시작됐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준비다. 팀을 완벽히 다듬고, 매일 성장하는 것이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르테타의 이번 발언은 라이벌 토트넘 팬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불필요한 회상이었지만, 동시에 그 미련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시즌의 우승 여부는 누군가의 실수를 핑계삼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집중력에 달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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