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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유격수는 포수와 함께 확실한 1군 주전 선수를 키우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으로 꼽힌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유격수는 한국, 미국, 일본을 막론하고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최근 KBO FA(자유계약) 시장에서도 유격수 우대 현상이 두드러졌다. 노진혁은 NC 다이노스에서 2022시즌을 마친 뒤 계약기간 4년 계약금 22억원, 연봉 총액 24억원, 옵션 4억원 등 총액 50억 원의 조건을 받고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2024시즌 종료 후에는 KT 위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심우준이 대박 계약을 거머쥐었다. 계약기간 4년, 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에 한화 이글스와 도장을 찍었다.
롯데와 한화가 유격수에게 통큰 투자를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확실한 주전이 없었고, 기존 자원들의 기량보다 외부 영입이 더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노진혁, 심우준 영입 당시 오버 페이라는 지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양 팀 모두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암흑기가 길었던 상태였다. 전력 보강이 다른 팀들보다 절실했다.
올해 KBO FA 시장에서는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최대어다. 수준급 유격수 수비와 준수한 타격, 빠른 발을 겸비한 데다 주전으로 도약한 2019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매년 큰 부상 없이 페넌트레이스 1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내구성도 강점이다. 1995년생으로 나이도 젊다.
박찬호가 필요한 건 원 소속구단 KIA뿐만이 아니다. 롯데, KT, 두산까지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적지 않게 돌고 있다. 자연스럽게 선수의 몸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유격수를 모셔갔던 구단들 중 효과를 봤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금은 모두 유니폼을 벗고 코치로 재직 중인 과거 '국가대표 유격수' 타이틀을 가졌던 선수들만 제 몫을 해줬다.
유격수 FA 첫 이동은 박진만 현 삼성 감독이었다. 2004시즌 종료 후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를 떠날 때 4년 총액 39억원이라는 초특급 대우를 받았다.
박진만 감독은 2005시즌 부상 여파로 85경기 출장에 그치긴 했지만, 삼성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6시즌에는 타율 0.283, 108안타, 11홈런, 65타점, OPS 0.812라는 빼어난 타격에 물 샐틈없는 수비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삼성은 돈을 쓴 보람을 톡톡히 느꼈다.
김민재 현 롯데 코치도 유격수 모범 FA 사례 중 한 명이다. 2001시즌 종료 후 롯데에서 SK(현 SSG)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10억원, 2005시즌을 마친 뒤 SK에서 한화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14억원을 받았다. 내야 수비 불안으로 고민이 컸던 SK, 한화의 약점을 지워줬다. 김민재 코치가 주전 유격수로 뛰는 동안 최소 1번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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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시즌 종료 후에는 두산의 상징 중 한 명이었던 손시헌이 NC로 이적했다. 계약 규모도 4년 총액 30억원으로 크지 않았던 가운데 NC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내내 타격과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근 유격수 FA 이적은 김상수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팀 내 젊은 유망주들이 증가하자 입지가 좁아졌고, 2022시즌 종료 후 KT로 이적했다. 4년 총액 29억원의 규모였다. 2024시즌 중반까지 KT 유격수 자리를 잘 지켜줬다.
유격수 FA 성공작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가대표 단골 손님이었다는 데 있다. '국민 유격수'로 불렸던 박진만 감독은 물론 김민재, 손시헌, 김상수까지 전성기 기준으로 현역 KBO 유격수 중 두 손가락 안에 들었던 선수들이었다.
노진혁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 심우준은 뛰어난 수비와 베이스러닝 능력이 강점이지만 국가대표 유격수와는 거리감이 꽤 컸다. 구단들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테지만, 당장의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면서 배팅했다.
박찬호 역시 현재 리그 정상급 유격수라는 걸 부인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다만 한 팀의 1년 성적을 좌우하는 유형의 플레이어는 아닌 만큼 100억원까지 거론되는 그를 FA 영입하려는 구단들이 냉정한 판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 박찬호는 2020시즌부터 주전 유격수로 뛰었지만, 단 한 번도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몇년 동안 KBO리그 FA 시장은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 대비 만족스러운 효율을 거둔 경우는 많지 않다. 적극적 투자는 필요하지만 적정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결국 구단의 몫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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