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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프로배구 V리그

    화기애애한 '9연승' 대한항공…비결은 조토 감독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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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석 "눈치 안 보고 플레이하는 게 선수에게는 큰 힘"

    연합뉴스

    열정적으로 작전타임 때 지시하는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그날 경기 끝나고 선수들에게 그랬죠. 고개 숙이고 다니지 말자고. 시즌은 기니까, 배구 생각 말고 푹 쉬고 돌아와서 다시 잘해보자고요."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이끄는 '캡틴' 정지석의 리더십이 빛난 순간이었다.

    개막 후 2번째 경기인 KB손해보험전 패배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다잡은 것은 주장의 따뜻하고도 단호한 한마디였다.

    대한항공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5-2026 V리그 남자부 방문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점수 3-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며 남자부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1패) 고지를 밟았다.

    2라운드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경기 후 만난 정지석은 "장충체육관에 오면 매번 힘든 경기를 했다"면서 "오늘 승점 3을 따내는 것과 동시에 연승을 이어가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정지석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상대 주포 하파엘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의 공격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로막으며 흐름을 가져왔다.

    연합뉴스

    포효하는 대한항공 정지석
    (서울=연합뉴스)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 대한항공 정지석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25.12.4[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정지석은 "분석을 많이 했다. 오늘 아라우조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미들 블로커들이 워낙 잘해주니까 운 좋게 얻어걸린 것"이라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날 승리의 숨은 주역은 웜업존에서 출발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김규민과 정한용이었다.

    교체로 코트를 밟은 김규민은 3득점, 정한용은 9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정한용은 "프로 와서 처음으로 라운드 전승을 해봤다"며 웃었고, 김규민은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 밖에서도 언제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상승세에는 세계적인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의 '믿음 리더십'이 깔려있다.

    선수들은 실수해도 벤치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한다.

    김규민은 "감독님은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는 걸 눈빛으로 보여주신다"며 "불안함보다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뛴다"고 말했다.

    정지석 역시 "실수했을 때 벤치에서 '레이저'가 나오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감독님은 오히려 '더 강하게 가야 한다'고 피드백을 주신다"며 "눈치 안 보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한용도 "작년보다 실수했을 때 눈치를 덜 보는 느낌"이라며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고, 실수해도 다음 플레이를 과감하게 하게 된다"고 거들었다.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서로에 대한 칭찬도 끊이지 않았다.

    김규민과 정한용은 주장 정지석의 달라진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연합뉴스

    강서브로 대한항공 연승을 이끄는 러셀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규민은 "지석이가 어릴 때부터 봐서 마냥 아기 같았는데, 올해는 주장으로서 무게감이 느껴진다"며 "코트 안에서 목소리도 커지고 액션도 커졌다. 한선수 형이 팀을 잘 만들었고, 지석이가 잘 물려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지석은 "배구는 팀 스포츠다. 규민이 형 같은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살려주니까 제가 주도하지 않아도 된다"며 "저는 주장 완장만 찼을 뿐, 형들이 다 해준다"며 손사래를 쳤다.

    2라운드 전승을 이끈 주역들이지만, 라운드 MVP를 묻는 말에는 약속이나 한 듯 한 동료의 이름을 외쳤다.

    바로 강서브로 상대 코트를 폭격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다.

    정지석은 "러셀의 서브는 말이 안 된다. 팀이 힘들 때 서브로 분위기를 바꿔주니 우리가 편하게 경기한다"며 "러셀이 안 받으면 말이 나올 것 같다"고 강력히 추천했다.

    정한용 역시 "지석이 형에게는 미안해도, 서브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며 러셀의 수상을 지지했다.

    동료들의 만장일치 추천에 정지석은 "그래도 저를 뽑아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며 너스레를 떨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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