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서만 10년 동안 158승
강팀 토대 만들고 두 차례 우승도
“구단·선수 한뜻으로 함께한 덕분”
김종민 감독이 1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날 여자부 감독 최다승인 158승을 달성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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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해도 참 열심히 살았네요."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지난 14일 2025~26 V리그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거두며, 통산 158승째를 수확했다. 이로써 그는 이정철 SBS해설위원(전 기업은행 감독·157승)을 넘어 여자부 역대 최다승 감독으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앞으로 김 감독이 쌓는 승수마다 새 역사다.
이 기록이 더욱 값진 건 그가 2016~17시즌부터 10년 동안 단 한 팀, 도로공사에서만 일군 성과이기 때문이다. 10년 연속 재임은 역대 여자부 감독 중 최장기간이기도 하다. 그는 15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사실 한 팀에서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구단과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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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여자부 베테랑 사령탑이지만, 초창기 적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선수 시절부터 트레이너, 감독대행, 감독까지 모든 커리어를 남자부(대한항공)에서 보낸 그였기에 '여자부 지도자'라는 새로운 환경은 험난하기만 했다. 생소한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는 그는 "선수들이 원하는 게 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파악하려 면담을 정말 많이 했다"며 "어느 순간엔 내가 감독인지, 심리 상담사인지 헷갈렸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김종민 감독이 1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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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초반엔 면담 도중 갑자기 터져 나오는 선수들의 눈물이 큰 난제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MBTI'로 따지면 'T'(감성보다 이성적 사고 유형)라고 하더라. 돌려 말할 줄 몰랐던 성격이라,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적도 많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면담 때 선수들이 자주 울어서 '왜 맨날 애들 울리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는 선수들이 울면 '뭐가 그렇게 화가 나냐. 네 얘기를 해봐라. 들어 줄게'라거나 '눈물 날 땐 그냥 펑펑 울어라'고 말할 여유가 생겼다"면서 "이제 여자의 눈물에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지휘봉을 잡은 이듬해인 2017~18시즌 '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2022~23시즌에는 정규시즌 3위로 봄 배구에 진출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0%의 확률'을 뒤집고 기적의 우승 스토리를 썼다. 올 시즌에도 승점 35(13승 2패·15일 기준)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며 두 번째 통합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스스로를 낮췄다. 10년 전 감독 취임 당시 내걸었던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명문 구단이라면, 꾸준한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은 굴곡도 있고 조금 부족하다"면서 "그래도 강팀이 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 놨다고 자부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민 감독이 1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 승리 후 여자부 감독 최다승인 158승을 달성,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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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시즌은 김 감독에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코치 폭행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판단 보류'로 잠정 결론 났지만, 아직 관계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감독은 "시즌 들어올 때 안 좋은 일도 있었고 하다 보니, 올해 초중반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며 "시즌 개막이 가까워지고, 묵묵히 훈련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마음을 표했다.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김 감독이 바라보는 더 큰 그림은 미래에 있다. 그는 "현재 우리 팀만큼 코트에 젊은 선수가 많은 팀도 없다"며 "이번 시즌을 계기로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성장해 언젠가 팀을,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지난 10년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그는 "100점 만점에 70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30점은 두 번째 통합 우승으로 채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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