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파이 맡아 퍼펫 호랑이 상대로 열연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17세 소년 파이를 연기하는 배우 박정민은 소년처럼 연기하기보다 내가 가진 가장 철없는 모습을 꺼내 오려 했다며 간혹 아저씨의 추임새가 나올 때면 동료 배우들이 지적해 주곤 했다고 말했다. 샘컴퍼니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말 공연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관객을 불러 모은 이름. 8년 만의 무대 복귀. 1인극에 비견될 만한 높은 역할 비중까지. 라이선스 한국 초연으로 GS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는 작가이자 출판 기획자로 활동 영역을 넓힌 '대세 배우' 박정민(38)의 출연만으로도 단연 화제를 모았다.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바다 위를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배우 박강현과 번갈아 파이 역을 맡는 박정민은 18일 GS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믿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공연 초반 소감을 밝혔다. 2017년 문근영과 함께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박정민은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그럴싸하게 잡아주는 앵글이나 편집이 없는 무대 연기는 어렵다고 느꼈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함께하는 배우와 관객이 힘이 돼 주는 (무대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현장에선 눈물을 잘 못 흘리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매회 감정이 주체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난다"며 "배우들과의 믿음과 교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8년 전에는 관객의 평가에 과도하게 신경 썼다"면서 "지금은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관객이 좋은 공연을 보고 있다고 믿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연 통해서야 제대로 보게 된 '라이프 오브 파이'"
'라이프 오브 파이'의 박정민. 에스앤코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출판사 운영을 시작하면서 '연기 휴식'을 선언했던 박정민은 '라이프 오브 파이' 출연 제안만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던 2013년 영화로 먼저 접했고, 소설로 다시 읽었다. 2019년 서점 '책과 밤낮'을 운영할 당시 이 소설 영문판이 있는 책꽂이를 배경으로 그가 인터뷰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무대에 오르며 비로소 작품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극 중 파이는 호랑이와 함께한 기적 같은 227일의 이야기와, 인간들의 잔혹한 생존 투쟁을 그린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박정민은 "마흔을 앞둔, 찌들 대로 찌든 나에게는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일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며 "연습 과정에서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 쪽이 진실인가보다 모든 것을 잃고도 살아내고자 했던 소년의 믿음과 의지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퍼펫으로 등장하는 호랑이 파커와의 연기는 퍼페티어(인형을 조종하는 사람) 3명과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신체 훈련에 가까운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이 거듭될수록 "나 스스로 인형이 어떤 상태라고 믿으려고 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신기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던지는 '믿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동안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겼던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꽤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박정민은 관객들이 목소리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매회 혼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슬퍼하거나 행복해하는 파이의 감정 상태를 극단적으로 대비해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목을 보호하려고 무대적 발성을 쓰는 순간 감정 효과가 확 떨어지거든요. 목이 상할 수밖에 없지만 하루 한 회 공연 정도는 괜찮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