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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if.column] 전북과 함께 한 20년, '제2의 최철순'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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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전북 현대 최철순의 선수생활은 단 한 문장으로 시작해, 그 문장을 증명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하던 날 그는 최강희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다부진 선수입니다." 화려한 수식도, 거창한 목표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그리고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지를 단 한 단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후 20년, 최철순의 커리어는 그 한 단어를 반복해서 증명해온 시간이었다.

    팀이 잘 나갈 때도, 흔들릴 때도, 세대교체의 한복판에서도 최철순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역할을 맡았다. 묵묵히 버텼고, 필요할 때 몸을 던졌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냈다.

    최철순은 경기장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선수였다. 그래서 그의 존재를 특별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가 그라운드를 떠나고서야, 우리는 그의 20년이 얼마나 무거운 시간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한 문장이 얼마나 어려운 약속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 전북의 20년, 그라운드에는 항상 최철순이 있었다

    전북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화려한 공격수, 국가대표급 미드필더, 세계무대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까지. 그러나 팬들의 기억 속에서 가장 오래, 가장 꾸준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던 이름은 다르다.

    상대 에이스를 마주하고, 몸을 던지고, 끝까지 뛰는 선수. 공격 축구, 이른바 '닥공'이 전북의 상징으로 자리 잡던 시절에도 최철순은 가장 먼저 수비 라인을 정리하고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숨겨진 방패'였다. 빠르지도,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팀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금의 전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북은 지금과 같은 위상과 영향력을 가진 팀이 아니었다. 1994년 말 창단 이후 주로 중위권에 머물렀고, 최철순이 입단한 2006년 당시에도 리그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가 전북 유니폼을 입은 첫 해, 전북은 창단 첫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09년, 리그 첫 우승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강팀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과 2015년의 리그 2연패, 2016년 다시 들어 올린 AFC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리그 5연패까지. 전북이 왕조를 써 내려가던 가장 화려한 시절, 최철순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 개인 기록이나 스포트라이트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북의 모든 영광의 순간마다 그는 팀의 일부가 아니라, 팀 그 자체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래서 최철순은 스타라기보다 전북이라는 팀의 시간을 함께 만든 선수로 기억된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었기에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꾸준히 영입됐고, 그 과정에서 그의 출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불평 없이 받아들였다. 오히려 지난 2024년부터는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자진해서 N팀으로 내려가 직접 경기를 소화하며 몸 상태를 유지했다.

    필요할 때면 다시 불려 나왔고, 출전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그가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팀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언제나 그랬듯, 열정과 투지로 공간을 메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끝까지 해냈다.

    그래서 팬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경기장에 가도 더 이상 그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공허함으로 다가올지를. 최철순은 그렇게 전북의 20년을 함께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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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과 동료들이 증명한 '전북의 상징'

    최철순은 2006년 전북을 통해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선수 생활 전부를 전북에서 보낸 원클럽맨이다. 그가 전북 유니폼을 입고 치른 경기는 500경기 이상. 그 시간 동안 전북은 K리그 우승 10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코리아컵 우승 3회를 차지했다. 특히 전북의 K리그 10회 우승을 모두 함께한 유일한 선수라는 기록은 그의 이름이 곧 전북의 역사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최철순의 상징성은 단순한 숫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철순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건,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말이다. 전북을 이끌었던 포옛 감독은 그를 "전북의 역사이자 레전드"라고 표현했고, 이동국 역시 그를 "전북의 명과 암을 함께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 평가는 현재 전북을 이끄는 선수들에게도 이어진다. 커리어 첫 우승을 한 이승우는 우승이 확정된 뒤, 가장 먼저 최철순의 이름을 꺼냈다. "제2의 최철순이 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우는 웃으며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 20년을 뛰어야 하고, 마흔을 넘어야 가능한 길이라는 걸 알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제2의 홍정호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대해 홍정호도 최철순이 걸어온 길이 너무 길고, 너무 무거워 자신으로 목표를 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도 전북에서 다섯 번 우승했으니, 이승우가 그 이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짧은 대화 안에는, 최철순이라는 이름이 전북이라는 클럽에 새겨놓은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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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30일, FC서울과의 K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최철순의 은퇴식이 열렸다. 20년 동안 전북을 지켜온 선수의 마지막을 기리는 자리였다. 모두가 그날을 그의 마지막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최철순 본인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광주FC와의 코리아컵 결승전을 앞두고 그는 선수단 엔트리에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로 경기에 나설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 K리그1을 마무리하며 공식 은퇴식을 치른 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도중 변수가 생겼다. 김태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전북 벤치는 베테랑 최철순을 선택했다.

    은퇴식을 했다고 해서 20년 동안 몸에 밴 선수로서의 태도가 사라질 리 없었다. 그는 주저 없이 그라운드로 들어갔고, 라인을 정리하며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했다. 경기 후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돌아볼 점이 있었고, 여전히 배울 것이 남아 있었다"고.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태도, 그것이 그가 단순한 전북의 '한 선수'를 넘어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였다.

    그리고 전북은 이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더블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는 끝까지 팀의 한 조각으로 남았던 최철순이 있었다. 의미를 위한 투입도, 감동을 위한 연출도 아니었다. 전술적으로 필요했고, 실제로 역할을 해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지의 사나이' 최철순이었다.

    "우리의 철순, 영광을 함께한 투지의 사나이 너와 함께라면 우린 행복하지" 전북 팬들은 오랫동안 그를 이렇게 불러왔다. 이 응원가는 최철순의 축구 인생을 그대로 닮았다. 투지로 버텼고, 영광의 순간마다 함께했고, 팬들은 그와 함께였기에 행복했다.

    # '유일무이' 최철순

    기록과 숫자, 그와 함께했던 감독, 동료들의 말, 그리고 후배들의 시선까지 모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최철순은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말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20년이라는 시간, 한 팀을 끝까지 지켜낸 태도, 그리고 팀이 필요할 때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낸 선택들이 그를 이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렇기에 전북과 함께한 15번의 우승 또한 가능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누군가의 목표가 되기에는 너무 멀었고, 비교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유일하다. 전북을 넘어 K리그와 한국 축구 역사 속에서도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람이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최철순 같은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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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IF 기자단' 6기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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